미국의 시대정신은 미국인들이 각 시대마다 그들의 현실을 설계하고 그들의 삶에서 의미를 찾는 청사진이다. 그리고 미국이 어디로 가고 있으며 미국에서 살아가는 각자의 위치를 점검하고 삶의 목적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오늘날의 미국은 시대적 상황, 우연성, 역사적 사건, 인간의 어리석음과 지혜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정신과 사상의 반사체이다.
이 황무지에 세상을 밝히는 ‘언덕위의 도시’를 건설하자. 윈스럽 목사가 주창한 이 사명은 신대륙에 도착한 청교도들의 삶의 목표가 되었다. 다른 이방인들과 구별되는 독특한 미국을 만드는 ‘예외주의’가 1776년 독립선언서와 1787년 미합중국헌법 제정으로 구체화되었다. 이 사상은 지금까지 미국을 ‘보다 더 완벽한 연방’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지침이 되고 있다.
정치적 독립을 성취한 미국인들은 19세기초 그들의 특별한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초월주의를 창안했다. 그들은 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유럽사상에서 탈피하여 지성과 영성을 강조하면서 ‘지적인 독립’을 선언했다. 더 나아가 고정된 절대적 진리를 거부하고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고 실생활에 쓸모있는 사고방식을 추구했다. 그 산물로 등장한 실용주의는 다윈의 진화론과 함께 민주주의 전파, 노예해방, 여권신장 등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지적 담론이 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세계1차대전, 대공황을 극복한 뉴딜정책, 제2차세계대전 참전, 냉전, 월남전 참전으로 사회, 정치, 경제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겪었을 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 격동의 시기를 맞이했다. 물질적인 풍요로 인해 이 시기에 등장한 ‘아메리칸 드림’이 역사를 관통하는 미국의 지도적 비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사람들의 보편적인 열망이 되었다. 사상적 측면에서는 미국이 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실용주의가 세계적으로 확장되어 더욱더 다양성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시대에 등장한 예술적이고 사상적인 문화는 어떤면에서 미국이 주도한 자유세계의 산물이었다.
자유세계 건설은 21세기 접어들어서 세계가 상호의존관계로 재편되면서 미국의 세계화로 확장되었다. 세계화는 국가와 민족을 초월하여 각 집단이나 공동체가 연대감, 의무감, 호혜성을 유대적으로 느끼게하는 사고틀이다. ‘객관성’ 보다는 둘 이상의 주관적 관점을 포용하는 ‘상호주관성’을 존중하며, 집단들의 사상적 연대는 진리보다는 ‘비강제 합의’에 근거한다. 각자의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의 차이를 인식하고, 환영하며, 상호충성한다. 다원적이고 관용적이며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는 초국가적 세계주의는 편협한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세계 시민을 요구한다.
미국은 초국가성을 포용하고 민주주의를 실천하여 세계 평화와 번영을 보장할 수 있는 인류의 희망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기 때문에 외부인에 대한 부정적 배제 보다는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을 한데 녹여내여 기적을 이루어 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회이다. ‘언덕위의 빛나는 도시’인 미국은 ‘여전히 자유를 가져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등대이며, 어둠을 뚫고 집으로 향하는 길 잃은 모든 순례자들을 끌어당기는 자석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1989년 퇴임사에서 호소했던 미국의 관용정신은 아직도 살아서 움직이는 미국의 세계관이다.
2023-11-2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