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는 ‘햄릿’에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런 조언은 개인이나 사업체에게 타당할 수 있으나 미국정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연방정부는 건국때부터 지금까지 빚쟁이며 채권자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부채는 현재 34조달러 이상으로 미국 국내총생산의 122%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가들은 엄청난 부채가 재앙으로 미국을 폐망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과연 불안해야 하는가? 정부 파산으로 소셜시큐리티연금, 메디케어, 메디캘을 받을 수 없게 되는가?
가정이나 기업은 재정이 부족하면 돈을 빌려 지출한다. 결국 ‘부채’가 되고 갚지 못하면 완전히 파탄 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재정적자는 매우 다르다. 돈을 만드는 주체이기 때문에 필요할 때 돈을 발행하여 시회비용 확대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재정적자는 민간 부문의 흑자를 불러온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대규모 적자는 경기 침체와 위기 극복책으로 발생했다. 최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와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큰 적자가 발생했다. 그 이유는 세금 수입은 감소하고 경제 안정화을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위기 이후에 재정적자가 감소되는 경향은 정부가 경제부양정책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방지했다는 증거다.
이처럼 미국이 과감한 적자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력은 미국이 매우 부유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총 가계 순자산은 150조달러가 넘는데, 이는 34조 미국부채 규모의 5배에 가깝다. 그리고 정부의 모든 토지, 건물, 천연자원을 합친면 200조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의 부채 수준은 그 다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균형예산을 유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지출‘의 확대이다. 냉전시대에는 안보시설 및 값비싼 군사장비의 도입으로 국방비를 크게 증가시켰다. 또한 자본주의를 보완하는 사회복지국가의 부상으로 사회복지비도 꾸준히 증대했다. 대공황시대에 제정한 사회보장법을 시작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존슨대통령의 ‘위대한 사회’ 일환으로 추진된 사회보장혜택,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사회보장지출이 확대되어 오늘날 연방예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지출은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소셜연금을 받는 ‘자격권리’이다. 매년 의회 예산안은 X 수준의 혜택에 Y 숫자의 수혜자를 곱한 단순 함수이다. 그리고 재향 군인 지원, 농업 보조금, 공무원 퇴직 급여, 학자금 융자, 푸드스탬프, 정부부채의 이자 등 이런 항목도 통제할 수 없다. 이런 경직성 지출은 전체적으로 연방 예산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일반 시민들은 기존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기 원하면서도 납부하는 세금은 낮게 유지하기 원한다. 정치인들도 표를 얻기 위해서 증세 캠페인을 삼가한다. 이런 모순 때문에 국가부채는 계속 쌓여간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과 정치가는 미국을 빚쟁이로 몰고 가는 ‘공모자들’이다.
2024-02-2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