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리품은 승자에게 속한다.'
선거 전쟁에서 승리한 정치인이 지지자들에게 전리품인 공직이나 직업을 나누어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선거로 정권을 잡은 사람이나 정당이 관직을 독점하는 이런 '엽관제'는 건국이후 1883년까지 정부 직원을 고용하는 공무원제도의 기원이 되었다.
이 제도는 정치가가 바뀔때 마다 공무원이 교체되어 업무의 연속성이 중단되고 행정의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어서 밀실정치로 부패와 비리를 양산했다. 이런 단점을 개혁하는 결정적 계기는 1881년 지지자가 직책을 얻지 못해서 가필드 대통령을 암살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의회는 1883년 펜들턴 법안(Pendleton Act)을 초당적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실적 제도'(Merit System)로서 모든 공무원의 채용과 승진이 정치적 충성이나 인맥이 아니라 시험과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1938년 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포괄적으로 제한한 해치법(Hatch Act)이 통과되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신분을 보강했다. 그리고 1978년 공무원 개혁법 채택으로 공무원제도는 능력에 기반한 임명, 실적에 기반한 승진, 고용을 안정한다. 연방 기관의 인사관리국(OPM)은 공무원의 채용, 승진, 근무조건, 해고에 관한 상세한 규칙을 갖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 관료들은 실적제도를 통해 일자리를 얻지만, 거의 4천명 정도 고위층 관료들은 선출된 정치인에 의해서 임명된다.
이처럼 미국정부는 사익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전문적 관료제로 운영된다. 양차 세계대전, 뉴딜 정책, 냉전 시대를 지나면서 정부 역할이 확대되고 첨단 기술의 발전으로 정부 업무가 복잡해지면서 보통사람이 아니라 전문직 공무원이 필요하게 되었다. 오늘날 직업 공무원들은 자연 환경, 보건 복지, 국제적 위협으로 부터 국민의 보호를 포함하여 광범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국당시 약 250만명에서 현재 3억3천명 이상으로 인구가 증가되면서 국가 서비스도 확대되고 전문 지식과 정보,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정부 관료들의 권한도 증대되었다.
보수주의자들은 이런 관료집단을 '그림자 정부',공무원들의 비밀집단인 '딥 스테이트'(Deep State)라고 비난한다. 그들은 뿌리깊은 반국가주의 때문에 공무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한다. 우익 포퓰리즘에 의하면, 딥 스테이트는 선출된 지도자의 통제에서 벗어나 은밀하게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타도의 대상이다. 그림자 정부가 고위 관리와 재계 거물들과 연계하여 그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시민들을 조정하고 통제한다고 비판한다. 극우파들은 심지어 '스케줄 F'라는 행정명령을 만들어 공무원들을 정치적으로 마음대로 교체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민주적 관료제도를 19세기에 실패하고 부패한 전리품 제도로 퇴행시키는 작태이다. 정치인들이 '얼굴없는 관료들'을 비난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래서 공무원은 정치로부터 보호받을 자격이 있다. 공무원은 정치인의 '시녀'가 아니라 필수적인 정부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이며, 헌법과 국가를 위해서 일하는 애국자이다. 한인 이민자들도 직업 안정성, 행정의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공무원으로 많은 진출을 기대한다.
2024-04-2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