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신분을 입증하는 회원권을 산다.' 소비활동이 개인의 사회적 신분을 결정한다는 사회학자인 레인워터 교수의 지적이다.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고 휴대폰, 자동차, 휴가와 같은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는 개인만이 '보통 미국인'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한편 정치와 선거판에서 '돈은 정치의 젖줄이다'. 후보자는 유권자의 표를 사고 정치가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데 돈이 필요하다. 특히 최첨단 선거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신문, 라디오, TV, 인테넷 및 SNS 등 언론 매체에 광고를 해야 하고 홍보용 팜플렛, 포스터, 차량 부착물 등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라는 '총알'을 선거전에 퍼부어야 한다.
치솟는 엄청난 선거비용은 정치가에게 더 많은 정치자금 모금을 강요한다. 그래서 후보자는 돈을 주는 기부자와 결탁할 수 있어서 '국민에 의한 정치'가 '돈에 의한 정치'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런 병폐를 차단하기 위해서 의회는 선거자금개혁법을 통해 돈의 역활과 중요성을 약화시키려고 노력해 왔으나 실패했다. 연방대법원이 2010년과 2014년에 노조와 기업이 연방선거에서 마음대로 돈을 쓸수 있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그 근본적 이유는 '돈을 쓰는 권리'는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권자가 후보자와 소통하는데 사용하는 비용은 제한받을 수 없다. 그러나 '검은 돈'의 횡포를 막기 위해 개인 기부금은 제한하고 있으나, 정당이 유권자 등록과 선거 자료를 배포하는데 필요한 경비를 모금하는데 있어서는 기부 금액의 제한이 없다. 이런 목적으로 모금된 자금을 '소프트 머니'라 부르며, 이런 헛점을 이용해 부자들이 공직을 얻기 위해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대가성 관계에서 발생하는 부패로 부터 선거제도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모금된 선거자금의 사용은 제한받는다. 각 정당과 후보는 선거자금의 모금과 지출을 상세하고 일반인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공개는 상대 정당과 후보 및 매스컴의 면밀한 조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특정이익'이 기존의 '공공이익'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억제한다.
또한 '금권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대선후보에게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대선캠페인자금' 법안이 1972년 제정되었다. 이 자금은 각 개인이 연방 인컴 텍스를 보고할 때 3달러를 선거 기금으로 기부한다고 표시함으로써 조성된다. 일반인의 정치참여를 유도하여 선거에서 부자의 영향력을 줄이고 일반 국민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그 본연의 목적이다. 그러나 요즘 대선 후보들은 치솟는 선거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서 공공자금을 거부한다.
그 대안으로 후보들은 다양한 언론매체를 적극활용하여 보통 국민으로부터 많은 숫자의 작은 기부금을 모금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기부금 문화가 조성되지 않고서는 고비용의 선거를 개혁하기 어렵다. 평범한 사람들이 뭉쳐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한인들도 세금보고할 때 반드시 3달러인 정치 기부금 항목에 표시해 정치개혁에 동참해야 한다. 돈은 신분과 권력은 살 수 있어도 자유와 정의, 존엄성 같은 인생의 가치는 살 수 없다.
2024-09-2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