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은 닫고, 당의 노선을 따른 덕분"

2015년 모회사 핀둬둬 창업 9년만
재산 486억불, 1위 '생수왕' 제쳐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와 더불어 세계 3대 전자상거래(인터넷 쇼핑) 업체로 꼽히는 핀둬둬를 창업한 황정은 지난 9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서 처음으로 중국 최고 부호에 올랐다. 핀둬둬는 지난해 말 미국 나스닥에서 알리바바 시가총액을 제쳤고, 아마존·월마트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떠올랐다. 
초저가 상품으로 유명한 테무의 모회사가 핀둬둬다. 황정의 재산 규모는 486억달러로 평가됐다. 종전 1위는 202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생수 업체 눙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이었다.
중국에서 황정은 '정치적으로 가장 안전한 부자'로 평가받는다. 사업 수완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국가 정책의 흐름을 잘 읽은 덕분에 걸림돌 없이 급성장했다는 것이다. 
2015년 탄생한 핀둬둬는 알리바바와 징둥이 양분하던 중국 인터넷 쇼핑 시장에 뛰어들면서 틈새 시장인 중소도시와 농촌·저소득층을 타깃으로 삼았다. 소비력이 낮고 유통망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초저가 상품을 공급하는 전략을 쓴 것이다. 또한 알리바바와 징둥이 대형 공급상을 적극 발굴·육성한 것과 정반대로 소규모 업체나 농가가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식으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 가격을 크게 낮췄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세운 '공동 부유'(다 같이 잘살자)의 가치를 실현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핀둬둬라는 이름부터가 '여럿이 뭉치자'는 뜻이다. 핀둬둬는 "상하이 사람들이 파리 생활을 누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후이(중국 지방 도시) 사람들이 키친타월과 신선한 과일을 구하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또 황정은 누적 기부액 1000억 위안(약 19조원)을 달성하며 과도한 부를 독차지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황정의 또 다른 성공 비결은 입을 닫은 것이었다.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과 정반대로 은둔 생활을 택했다. 2020·2021년 최고경영자(CEO)와 회장직에서 잇따라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회사 이사회에 위임하고 2021년 이후 공개 발언을 사실상 하지 않았다. 
황정은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행된 지 2년 뒤인 1980년 항저우의 공장 노동자 부모의 아들로 태어났다. 2002년 중국 10대 명문대인 저장대학 졸업 후, 2004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다 2007년 회사를 나와 스마트폰 판매 플랫폼, 마케팅 회사, 게임 회사를 잇따라 창업해 모두 성공시켰다. 막대한 부를 쌓은 황정은 2013년에 인생을 즐기기로 마음먹고 은퇴했다가 2년 뒤 핀둬둬를 설립했다.
현재 테무의 전 세계 이용자는 4억6700만명으로 아마존(26억5900만명)에 이어 2위다. 미국 인터넷 쇼핑 이용자의 3분의 1이 핀둬둬에서 매달 최소 한 번은 구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