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특수에 초대형 블록버스터 된 '한강의 서적'

'작별하지 않는다' 9000배 폭증…"이렇게 빨리 판매량 느는 건 처음"

한강, 한강, 또 한강…실시간 베스트셀러 1~19위 차지

문학동네 '작별하지 않는다' 15만부 증쇄…물량공급에 '총력'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쯤 되면 열풍이라 할 만하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한강의 책이 30만부 넘게 팔렸다. 네티즌들은 "이참에 노벨문학상을 원서로 읽어보자"며 책 구매에 나서고 있다. 원서란 물론 한글로 된 한강의 책이다.

한강의 열풍 속에 다른 책들은 추풍낙엽 신세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신작도, '트렌드코리아 2025'를 비롯한 내년 예측서도 힘을 못 쓰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모두 한강의 작품들로 도배됐다. 대한민국 역사상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한강의 등장에, 유례없는 현상이 서점가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하루도 안 돼 30만부 돌파…"여태껏 본적 없는 속도"

11일 서점가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 이후 대형서점인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에서만 한강의 책이 30만부 넘게 판매됐다. 예스24는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13만2천부가 나갔다고 집계했다. 교보문고도 2시 기준으로 10만3천부가 판매됐다. 알라딘도 오후 2시 기준으로 7만부를 돌파했다. 세 서점 판매량만 30만5천부에 이른다. 세 서점의 시장 점유율은 9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판매량이 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오히려 늘고 있다"며 "이처럼 빨리 판매량이 증가하는 상황은 여태껏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베스트셀러 목록만 봐도 열풍의 조짐은 확인된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한강의 작품은 1~9위까지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는 1~19위까지가 한강의 작품으로 도배됐다. 지난 2주간 1위를 차지했던 '트렌드 코리아 2025'만이 20위를 차지하며 체면을 세운 정도다. 예스24 등 다른 사이트들도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다.

폭증하는 판매 속에 판매량 증가율을 파악하는 건 무의미할 정도다. 예스24에 따르면 '작별하지 않는다'는 노벨상 전일 대비해 판매량이 무려 9000배나 증가했다. '소년이 온다'는 2천200배, '채식주의자'는 1천900배에 이른다.

◇ 재고 소진으로 예약판매…'작별하지 않는다'만 15만부 증쇄

급격하게 쏠리는 주문 탓에 재고도 이미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일부 책들은 재고가 떨어져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예스24 관계자는 "'소년이 온다'는 월요일에 입고가 되고 '채식주의자는 수요일에 들어올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예측할 수 없다. 주문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강의 책을 지금 당장 사보기는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책이 예약판매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교보문고 등 다른 대형 서점도 마찬가지다.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를 낸 창비와 '디 에센셜 한강'과 '작별하지 않는다' '흰' '검은사슴' '희랍어시간' 눈물상자' 등 한강 작품을 가장 많이 보유한 문학동네도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학동네 이현자 편집국장은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이 가장 잘나가고 있는데, 재고는 이미 모두 동났다"며 "'작별하지 않는다'만 15만부, '흰'도 3만부를 증쇄키로 했고, 다른 책들도 증쇄를 결정했다"고 했다.

'노벨문학상' 특수 속에 각 서점은 사이트에 한강 노벨상 수상 관련 특별코너를 만들어 홍보하고 나섰다. 교보문고는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마련해 그의 전작들을 소개하고 있다.

예스24도 '한강, 2024 노벨문학상 수상' 코너를 통해 작가의 이전 인터뷰 내용과 노벨문학상 선정 심사평 등을 소개했다.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