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 첫 수상 쾌거 … 이제 K-문학도 세계가 인정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선 강렬한 시적 산문"
스웨덴 한림원, '채식주의자'등 높이 평가
"국민적 경사" 각계 각층서 축하 한목소리
소설가 한강(53)이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여성이 123년 역사의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24년 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0일 생중계에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국의 작가 한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한림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하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한림원은 이어 "한강은 자기 작품에서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지배에 정면으로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면서 "그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 간의 연결에 대해 독특한 인식을 지니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한림원이 공개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말정말 감사하다. 너무 놀랐고, 영광이다"라며 "한국 독자들, 동료 작가들에게 좋은 소식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한승원의 딸인 한강은 2016년 '채식주의자'로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하면서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1980년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로 2017년 이탈리아 말라파르테 문학상, 2018년 '채식주의자'로 스페인 산클레멘테 문학상, 2023년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별하지 않는다'로 메디치상 외국문학 부문상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이번에 노벨 문학상까지 받으면서 한강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대가 반열에 들게 됐다.
한림원이 수상자 발표에서 높이 평가한 '채식주의자'는 2015년 미국, 영국에 번역 출간된 직후 뉴욕타임스와 가디언 등이 "한국 현대문학 중 가장 특별한 경험" "감성적 문체에 숨이 막힌다" 등의 호평을 쏟아냈으며 폭력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한강 특유의 서정적 문장으로 풀어냈다고 평했다.
한편 AP통신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과 관련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그리고 방탄소년단(BTS)·블랙핑크 등 K팝 그룹의 성공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 문화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도 이날 일제히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놀라운 일(surprise)'이라고 평하며, K컬처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에선 문학계는 물론 각계 각층, 특히 여야 정치권에서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축하하면서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고 적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 "기쁨의 전율이 온몸을 감싸는 소식"이라며 "한국 문학의 쾌거, 굴곡진 현대사를 문학으로 치유한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SNS에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하며 "오늘은 우리 문학사에 깊숙이 각인될 순간이 아닐까 한다. 한강 작가님의 단정하고 날카로운, 그래서 촛불 같은 문장이 전 세계에 빛을 조금 더 더한 날"이라며 "한강 작가님은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적 슬픔을 세심하게 탐구했다. 인간 본연의 존재에 대한 성찰의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세계도 이를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한강 작가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분류됐던 작가였다. 5월 광주를 다룬 '소년이 온다'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지원하는 해외 문화교류 행사 지원 배제 지시 대상이 됐었으며 심지어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경기도교육청에 의해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