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철도 이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요새화 공사 진행할 듯
통일부 "남북 합의 명백히 위반한 비정상적 조치…강력히 규탄"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지헌 오수진 기자 = 북한이 15일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군사분계선(MDL) 바로 북쪽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
남북 연결 도로·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완전히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한 지 엿새 만이다.
우리 군은 비무장지대(DMZ) 내 폭파 작업이라는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행위에 대응해 MDL 남측 지역을 향해 대응사격을 실시했다.
북한이 평양 상공을 남측 무인기가 침범했다며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고 남북 연결도로 폭파까지 감행하고 나서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의 군사적 긴장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북한군은 오늘 정오께 경의선 및 동해선 일대에서 (남북) 연결도로 차단 목적으로 추정되는 폭파 행위를 자행했으며, 현재는 중장비를 투입해 추가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를 차단한 북한이 이번엔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도 폭파해 남북 간 육로를 완전히 끊은 것이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양쪽에 각각 100여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폭파 작업을 했다.
북한군은 도로 남쪽으로 6m 높이의 가림막을 치고 군사분계선 북쪽 10∼70m 지점에서 아스팔트 도로를 파괴하기 위한 폭파 작업을 실시했으며, 폭파에 의한 파편이 수십m 높이까지 치솟았다.
합참은 북한의 폭파로 인한 우리 군의 피해는 없다면서 "우리 군은 군사분계선 이남 지역에 대응사격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군은 북한군의 활동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한미 공조 하에 감시 및 경계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끊어진 남북연결도로에서 요새화 공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합참의 한 관계자는 "오늘 아스팔트를 날린 지점에 우선 남북 간 차단을 나타내는 콘크리트 방벽을 세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북한은 비무장지대 북측 지역 10여곳에서 대전차 장애물로 추정되는 방벽을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앞서 북한군 총참모부는 지난 9일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들로 요새화하는 공사를 진행되게 된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같은 날 유엔군사령부에 보낸 통지문에서 "(관련) 공사에는 다수의 우리 측 인원과 중장비들이 투입될 것이며 폭파 작업도 예정돼 있다"고 밝혔는데, 이날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이 남북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북한군의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 폭파 준비 정황을 감시해왔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도로에 가림막을 설치해 놓고 그 뒤에서 도로를 폭파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는 것이 식별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작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뒤 그 일환으로 남북 육로 단절을 진행해 왔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11월 경의선 도로 인근에 나뭇잎 지뢰를 살포했고, 같은 해 12월 동해선에 지뢰를 매설했으며, 올해 3월 동해선 도로 펜스를 철거했고, 4월엔 경의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다.
이어 5월에는 동해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6월에 동해선 도로 가로등을 철거했으며, 7월엔 경의선 철도 레일 및 침목을 제거했고, 8월엔 경의선 열차 보관소를 해체했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합동참모본부 국정감사에서 북한의 남북 육로 차단 작업 관련 사진을 공개하면서 "경의선과 동해선(철도)은 8월에 차단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외 남북 연결 육로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과 화살머리고지 통로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합참 관계자는 "JSA에선 북한이 무장하지 않기로 약속한 지점에서 작년 말부터 병력을 무장시켜 그때부터 사실상 차단됐다"며 "JSA 내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이 오가는 행위 자체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화살머리고지 육로에도 북한군이 좌·우측에 지뢰를 매설하고 군사분계선에 접근하지 못하게 일정한 높이의 흙과 돌을 쌓아 차단해놓고 그 위에 뭔가를 또 설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남북연결도로 폭파 장면을 주민들에게 공개해 대남 적개심 고취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4년여 전 개성공단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쇼'를 벌여 선전 도구로 활용한 것과 비슷한 행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합참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 9일 육로 완전 단절을 선언한 이후 곡괭이와 삽을 소지한 병력이 아스팔트 제거 작업을 하다가 이후에 폭약을 넣고 복토하는 모습이 식별됐다면서 "어마어마한 폭약을 넣어 폭파하려나 추측했는데 실제 오늘 하는 것으로 보니 (예상보다 폭파 규모가 작아) '보여주기 쇼' 같았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언급한 남북 단절 조치를 오늘 가시적으로 보여줬다"며 "남북이 완전히 나뉘었으니 북한 주민들에게 '남쪽에 기대지 말라'는 것이고, 남쪽에는 '당신들과 거래하지 않을 테니 신경을 꺼달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한편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육로 연결 사업에는 우리 정부의 현물 차관이 지원됐다. 차관 규모는 2002∼2008년에 걸쳐 1억3천290만달러 상당으로, 현재 환율 기준 1천800억 원에 달한다.
통일부는 이날 북한이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의 일부 구간을 폭파한 것에 대해 입장문을 배포하고 "남북 합의의 명백한 위반이며 매우 비정상적 조치"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4년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이후 이러한 퇴행적 행태를 반복하는 북한 모습에 "개탄스러울 따름"이라며 "남북철도 도로 폭파와 관련한 모든 책임은 북한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