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마일리지 사용처 부족
보너스 항공권 구매 릫바늘 구멍릮
합병 시 마일리지 가치 하락 우려
한인들, "마일리지 역차별 받고 있다"
LA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박모씨는 1달에 1번 아시아나항공의 이메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박씨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잔여 마일리지 숫자다. 박씨의 잔여 마일리지는 8만점을 조금 넘긴 상황. 박씨는 "대항항공과 합병이 된다는데 보너스 항공권 이외에는 남은 마일리지를 쓸 수 있는 사용처가 없다"며 "그나마 마일리지를 사용해 좌석 예매을 하는 것도 쉽지 않아 이러다가 날려 버리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적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면서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이 예고되는 있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한인들의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서다. 합병 이후 마일리지 통합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가 저평가를 받으면서 홀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 중 연방법무부(DOJ)와 EU집행위원회(EC)의 최종 합병 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연방법무부가 별도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한 자동으로 기업결합(합병)이 승인되는 구조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양사간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한 바 있다.
한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단연 마일리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6월 말 기준 마일리지 이연수익은 각각 2조5278억원, 9758억원 등으로 합쳐서 3조5036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나항공을 품을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의 미사용 마일리지는 부채로 인식된다.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도 합병에 앞서 마일리지를 최소화하는 게 유리하다.
두 항공사가 합병하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대한항공으로 합쳐야 한다. 시장에선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시세가 다른 만큼 현실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와 1대1 통합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합병 전에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두 국적 항공사의 마일리지 사용 환경은 더 나빠지고 있다. 특히 미주 한인들의 마일리지 사용처는 더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됐다. 마일리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발권은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수기는 차치하더라도 비성수기도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끊으려면 대단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항공업계에선 평균 10%를 마일리지 항공권 좌석으로 배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2008년 7월 이전에 적립한 마일리지는 10년 유효기간 만료에 따라 해마다 자동 삭감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를 보유하고 있는 한인들 사이에 합병에 따른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남은 미국의 합병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 운용 방식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향후 2년간은 아시아나항공을 별도 독립회사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소진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의 전환율은 추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지난 3월 민생토론회를 통해 기업결합 과정에서 단 1마일의 마일리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독과점으로 인해 요금 등의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