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지출 요구' 유럽서는 방산주 급등…기업들은 탈중국 행보
"우크라, 물밑 휴전 대비…이란, 보복공격 멈추고 대화 모색"
내년 1월 20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귀환을 앞두고 각국 지도자와 기업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이익 중심의 외교 등을 앞세우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도로 기존의 국제질서가 급격히 변화할 가능성이 있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악시오스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2기'를 맞이하는 각국의 변화 조짐을 소개했다.
악시오스가 첫손에 꼽은 것은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다. 악시오스는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라운딩을 원할 때에 대비해 창고에서 골프 클럽을 꺼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이 미국 대선을 보고 8년 만에 골프 연습을 재개했다는 대통령실 설명을 인용한 것이다.
대만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대비해 대규모 무기 구매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주요 사례 중 하나로 제시됐다.
다만 지난 14일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자국 입법원(국회)에서 이런 보도를 부인했다.
대서양 건너편에서도 '트럼프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여러 유럽 정상은 방위 예산 증액을 거론했고, 트럼프 당선인 승리 직후 유럽 주식시장에서 방위산업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의 GDP 대비 국방비 지출 목표치(2%) 달성을 촉구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뭘 하려고 하든 내버려 둘 것'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조기 종전을 공언한 우크라이나의 경우 물밑에서 휴전 협상의 가능성도 대비하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중동의 이슬람 시아파 맹주 이란의 움직임도 주목된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암살 모의' 의혹을 받았던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와의 직접 대화로 외교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대선일 즈음 보복 공습에 나서리라던 이스라엘의 예상과 달리 이란이 지금껏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 근거 중 하나다.
앞서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아미르 사이드 이라바니 주유엔 이란대사가 지난 11일 트럼프 당선인의 측근 일론 머스크와 1시간 넘게 회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란 당국은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중동 긴장의 다른 한 축인 이스라엘의 경우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가자지구 서안 점령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레바논과의 휴전 협상에는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
이 밖에 악시오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헝가리의 포퓰리스트 총리 오르반 빅토르에게는 이제 백악관 직통 전화가 생겼고, 트럼프 당선인과 첫 만남의 기회를 잡은 해외 정상은 '무정부주의적 자본주의자'를 표방하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었다"며 달라지는 각국 정상 사이의 친교 관계도 조명했다.
'트럼프 효과'는 경제 영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들은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 폭탄'에 대비해 탈(脫)중국을 준비하고 있다.
패션 기업 스티브 매든은 중국에서의 생산 규모를 40∼45%까지 줄여 다른 나라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운송업계에 따르면 이미 일부 물동량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다.
동맹에도 철저한 계산서를 내미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에 맞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수입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