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편하고 비용 들어 폐지"
차기 행정부 수장들 반대론 표명
공화당 장악 연방의회 폐지 가능성

100년 넘은 역사를 가진 서머타임(summer time·일광절약시간제)이 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서머타임 폐지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서면서부터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신설 조직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목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인도계 기업가 라마스와미가 최근 엑스(X·옛 트위터)에서 서머타임 폐지 의사를 밝힌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가세하면서 서머타임 폐지에 힘이 실리고 있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이 서머타임을 폐지해야 한다고 13일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공화당은 서머타임을 없애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폐지 이유로 "서머타임은 불편하고 국가적으로도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이 주목 받는 것은 트럼프 2기에서 서머타임 폐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인 머스크는 자신의 엑스 계정에 "사람들이 성가신 시간 변경을 없애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서머타임 폐지론에 불을 지폈다. 정부효율부의 또 다른 공동 수장 라마스와미도 "서머타임제는 비효율적인 제도"라면서 "고치는 일은 쉬운 작업"이라고 댓글을 달며 지지를 표명했다.
1918년 도입된 서머타임은 낮이 길어지는 여름철을 앞두고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표준시보다 시계를 1시간 앞당기는 제도다. 서머타임은 연방법에 따라 매년 3월 둘째 일요일에 시작해 11월 첫째 일요일에 종료한다. 다만 애리조나와 하와이 등 일부 주는 서머타임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서머타임은 봄과 여름에 일광 시간을 더 많이 활용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지만, 단점도 많아 오랫동안 논란이 된 제도다. 인위적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생체 리듬이 깨져 심장마비나 뇌졸증 등의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여럿 나올 정도다. 지난해 3월, 미국인의 62%가 서머타임 폐지를 원한다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연방상원은 지난 2022년 서머타임을 아예 일년 내내 시행하자는 '햇빛보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지만 하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서머타임 폐지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서머타임 폐지에 우군들이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이외에도 차기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지난 3월 서머타임 폐지 의견을 표명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 부장관으로 지명된 짐 오닐 역시 지난 2022년 SNS을 통해 서머타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게다가 공화당이 연방상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공화당 의원들이 지지할 경우 서머타임은 100여년 역사를 뒤로 하고 폐지될 수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