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만4천여명 전장 투입돼 4천여명 사상…드론전 희생 컸지만 현대전 경험 습득

북러, 혈맹으로 진화…군사협력 가속화·지방공장 등 김정은표 치적사업 재원 확보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병력을 보낸 지 6개월이 지났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러시아와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체결한 뒤 이를 근거로 불과 4개월 만인 그해 10월 1만명이 넘는 특수부대를 러시아로 파병했다.

북한군은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 배치됐고, 수천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훈련인 줄 알았다는 북한군 포로의 증언은 충격적이다.

북한과 러시아 모두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자신들이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애꿎은 북한 청년들만 이역만리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이들이 흘린 피의 대가로 안보·경제 지원을 챙기고 있다.

◇ 총알받이로 내몰린 북한군…드론에 고전했지만 현대전 경험은 위협

합동참모본부는 지난해 10월 1차로 투입된 북한군 1만1천여 명 중 약 4천 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파악했다.

드론이 동원되는 현대전에 대한 지식이 없어 전선 투입 초반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 포로들도 동료들이 무인기에 대거 희생됐다고 전했다.

파병 북한군이 사실상 '총알받이' 신세였다는 건 북한군 포로의 증언을 통해 확인된다. 이들은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다. 부모 등 가족들도 당연히 이들의 파병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드론 등 현대전에 대한 준비도 사실상 없었다.

초반에 크게 고전하던 북한군은 서서히 드론전에 적응했고 올해 초 3천여명의 증원 전력이 추가 투입된 것과 맞물려 최근에는 전장에서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북한군이 드론전을 비롯한 현대전 경험을 쌓은 것은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2명의 북한군 가운데 1명이 한국으로 귀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신병이 어떻게 처리될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헌법상 우리 국민인 북한군의 한국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 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 혈맹으로 진화한 북러 관계…파병 대가로 군사협력·경제지원

북러는 파병을 계기로 '혈맹'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다. 외교뿐 아니라 경제, 문화, 보건 등 여러 방면에서 고위급 교류도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정상회담도 양국을 오가며 최근 2년간 연속으로 열렸다. 올해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할 가능성도 크다.

북러 양국이 북한군 파병을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반대급부도 공식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군사·경제적으로 상당한 대가가 지급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북한에 평양 방공망 보강 장비와 대공 미사일을 지원했다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밝히기도 했다.

특히 원자력추진 잠수함에 탑재될 소형 원자로, 정찰위성 관련 기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등 첨단 군사기술이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하나같이 우리 안보엔 치명적인 사안들이다.

러시아는 대북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경제에도 동아줄일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전국 각지에 공장을 짓고 있고 오랫동안 진척이 없던 평양종합병원이나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오픈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등 '김정은표 치적사업'에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데 그 배경엔 러시아의 도움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상자가 발생한 문제를 제외한다면 북한은 파병으로 국제적 영향력과 전략적 지위를 일정 부분 제고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a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