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오스카'까지 고작 13년…전성기 거쳐 '거장' 반열 오를까
재능·노력·겸손함 3박자 갖춰…팬들 몰고 다니는 '스타 음악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임윤찬이 2일(현지시간) 영국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에서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음반상과 젊은 예술가상 2관왕을 차지하면서 '월드 클래스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하게 됐다.
일곱 살에 피아노를 시작한 이래 각종 콩쿠르를 휩쓸며 천재 피아니스트로 불린 그가 그라모폰을 쥐기까지 고작 13년밖에 걸리지 않은 만큼, 앞으로 더 성장을 거쳐 '거장'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임윤찬이 올해 초 발매한 앨범 '쇼팽: 에튀드'로 수상에 성공한 그라모폰 클래식 뮤직 어워즈는 세계적 권위의 영국 클래식 전문 잡지 '그라모폰'이 매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을 선정하고 시상하는 시상식으로, '클래식 음반의 오스카'라고 불린다. 연주단체나 공연장 등이 음악가의 약력을 소개할 때 최우선 순위에 놓을 만큼 그라모폰 수상자는 세계적인 연주자라는 '인증'으로 통한다.
마우리치오 폴리니, 알프레드 브렌델, 머리 페라이아, 우치다 미쓰코(内田光子)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이 그라모폰 피아노 부문에서 수상한 바 있지만, 한국인 피아니스트 가운데선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다.
임윤찬은 올해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 3개 중 2개를 자신의 앨범으로 채워 넣으며 일찌감치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는 편집자가 선택한 앨범 중 부문별로 3개 앨범을 최종 후보로 선정하는데, 한 아티스트의 앨범이 두 개나 오르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라모폰 뮤직 어워즈 측은 "임윤찬의 쇼팽은 유연하고 깃털처럼 가볍고 디테일뿐만 아니라 구조적 감각도 매력적이다. 젊음의 활력을 발산한다"며 "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이제껏 들어본 것 중 가장 훌륭하고 매혹적인 연주의 하나"라고 극찬했다.
최근까지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의 공연, 뉴욕필과의 협연 등 세계적 극장·연주 단체와 함께한 무대로 찬사를 끌어내며 임윤찬이 신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렸다.
결과적으로 두 개의 상을 모두 타는 데 성공한 임윤찬은 동시대 음악계가 가장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재차 확인했다.
눈여겨볼 점은 임윤찬이 아직 20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쇼팽: 에튀드' 앨범 역시 임윤찬이 클래식 명문 레이블인 데카(Decca)와 리코딩 전속 계약을 맺고 내는 데뷔 앨범이자 스튜디오에서 녹음한 첫 앨범이다.
임윤찬은 이제 막 전성기에 접어든, 아직 성장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유망한 피아니스트인 셈이다.
임윤찬이 세계적 수준의 피아니스트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뿐만 아니라 끊임없는 연습과 겸손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임윤찬은 일반적인 전공자보다는 다소 늦은 나이인 7세에 피아노를 시작했으나 재능을 알아본 예술의전당 음악 영재 아카데미는 2012년 그를 발탁해 지도했다.
당시 그를 가르친 피아니스트 김경은은 임윤찬을 "피나는 노력을 하고 성에 차지 않으면 운 적도 많은 아이"라고 기억한다. 음악 외에는 관심사가 없을 만큼 지독하게 피아노 연습만 하고, 연주회가 있으면 완벽한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긴장감으로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윤찬은 평소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며 몸을 낮추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앞서 4월 '쇼팽: 에튀드'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근본 있는 음악가는) 노력으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대가 내린 축복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며 "저같이 평범한 사람은 매일매일 연습하면서 진실하게 사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능, 노력, 겸손함이라는 삼박자를 갖춘 임윤찬은 2018년 클리블랜드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며 세계 무대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같은 해 열린 쿠퍼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이듬해에는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에서 15세의 나이로 우승해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이에 따라 군 복무 대신 '예술요원'으로 계속해서 음악 활동을 하는 병역 혜택도 받게 됐다.
임윤찬은 18세이던 2019년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하며 다시 한번 음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세계 3대 음악경연대회로 꼽히는 쇼팽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 버금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다.
세계 무대를 휩쓰는 동안 탄탄한 팬덤도 생겼다. 그가 국내에서 선보이는 연주는 치열한 '피켓팅'(피가 튈 정도로 치열한 예매 경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6월 열린 전국 리사이틀은 모든 공연장에서 전선 매진됐으며 부천아트센터 공연은 특별 초청 이벤트의 경쟁률이 494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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