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이사장 취임 이후 전세기 띄워, 이스타 선정 배경 등 수사

일각서 '별건 수사'지적…검찰 "무관한 사안은 수사 안 해"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 씨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방북 전세기'와 관련해 통일부를 압수수색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과 법조계 일각에서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별건 수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검찰은 "기존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적법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전주지검 형사3부(한연규 부장검사)는 지난 14일부터 16일 정오까지 통일부 남북관계관리단(구 남북회담본부)을 압수수색 해 '남북 평화 협력 기원 남측 예술단' 전세기 선정과 관련한 증거물을 확보했다.

이번 압수수색 경위를 들여다보려면 남북 관계가 해빙무드였던 문재인 정부 초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선수단 공동 입장 이후, 우리 예술단의 평양공연 일정을 북한과 조율해 4월 3일에 열기로 합의했다.

탁현민 당시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사전점검단이 그해 3월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편으로 평양을 방문했고, 이로부터 일주일 뒤인 29일 공연단이 김포공항에서 이스타항공 비행기를 타고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공연에 필요한 무대장치와 방송 장비 등 특수 화물 수송은 대한항공이 맡았다.

통일부는 이스타항공이 과거 '남북 노동자 통일 축구대회' 때 방북 전세기를 띄운 경험이 있고 가격이 저렴한 점 등을 고려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주목하는 것은 통일부가 방북 전세기를 이스타항공으로 선정한 시점이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의원은 평양공연 한 달 전인 2018년 3월 초순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은 같은 해 7월 문 전 대통령의 사위인 서씨가 이 전 의원이 이스타항공 자금으로 설립한 태국계 저비용 항공사인 타이이스타젯에 전무이사로 취업했다.

이 무렵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도 서씨를 따라 태국으로 함께 이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서씨의 취업을 대가로 중진공 이사장 자리뿐만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지니는 방북 전세기 선정 혜택도 정부로부터 받은 것으로 보고 강제 수사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방북 전세기 특혜 의혹은 2021년 12월 시민단체가 전주지검에 낸 서씨의 부정 채용 고발장에 포함된 내용은 아니어서,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 사이 지원 관련성을 확인하는 수준으로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실제 지난 14일 같은 의혹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조명균 전 통일부장관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도, 영장에 조 전 장관을 피의자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통일부에 대한 이번 압수수색은 기존 범죄사실의 범위 내에서 관련 직무 관련성을 검토하기 위한 수사"라고 밝혔다.

별건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질문에는 "이 사건의 핵심 혐의인 이 전 의원과 문 전 대통령 자녀의 부정 지원 여부를 확인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절제해 수사하고 있다"며 "이와 무관한 사안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ja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