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농축시설·핵잠수함 건설 시찰 등 이어 무력시위 모드로

트럼프, 1기 집권당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용인 분위기

북한이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미 압박의 강도를 서서히 높이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20일 이후 미국의 대화 제스쳐에 화답하지 않은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우라늄농축 시설 참관(1월 말)과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실태 시찰(지난 8일) 모습을 노출하며 핵 능력을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

그간 미사일 무력시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저촉되지 않는 순항미사일 발사에만 국한됐는데, 이날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다.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 인근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60∼100㎞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 당국은 사거리 300㎞ 이하의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제재 위반이기는 하지만 단거리인 탄도미사일 발사에 트럼프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 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 당시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식으로 용인하는 태도를 취한 바 있는데, 이런 분위기가 2기에서도 이어질지 보겠다는 생각이 깔려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날 한미연합훈련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연습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반발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을 '북침연습'이라고 반발해 왔다. 전날에도 북한 외무성은 FS에 대해 "반공화국핵전쟁위협을 억제함에 가장 철저하고 보다 압도적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더욱 명백히 입증해주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FS에 대한 단순 대응보다는 '대화를 위해선 연합훈련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신호를 트럼프 정부에 보낸 것일 수도 있다.

그간 '한미연합훈련 중단-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이라는 이른바 '쌍중단'이 비핵화 협상의 전제 조건이라는 주장이 중국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북한은 당분간 대미 압박의 수위를 계속 높일 가능성이 크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으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껏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건드리지 않은 데서 보듯 김정은과 트럼프 간 '브로맨스'는 훼손하지 않는 정도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은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트럼프를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은 낮은 수준의 도발을 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입장과 전략을 알리는 선에서 도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ki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