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어머님 길 건널 때 뺑소니 조심하세요"

올해 10월까지 LA서 뺑소니로 83명 사망
뺑소니 사망 사고, 2년 전에 비해 18.6% 증가
한인 시니어의 보행 안전에 위해 요소로 부각

지난달 27일 새벽 6시쯤 한인타운 한복판인 7가와 웨스턴 애비뉴 교차로 인근에서 80대 한인 노인이 뺑소니 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한인 시니어는 보행 횡단보도를 건너다 변을 당한 것이다. 뺑소니 범인은 오리무중이다. LA경찰국(LAPD)은 뺑소니 용의 차량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용의자 체포에 5만 달러의 현상금을 내걸고 범인 검거에 애를 쓰고 있다. 이보다 앞서 지난 10월29일 LA 한인타운 3가와 버질에서 70세 한인 할머니도 길을 건너다 뺑소니 차량에 목숨을 잃는 사고도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니어 부모를 모시고 있는 한인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한인타운에 거주하고 있는 한인 김모씨는 노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 통화할 때 빠짐없이 하는 당부하는 말이 차 조심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그렇다고 부모님들이 외출하는 것을 막는 것도 어렵고 함께 사는 것도 쉽지 않아, 릫조심하라릮는 말 밖에 할 수 없다"며 "두 분이 외출하면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한인 시니어들의 길거리 보행 안전에 경고등이 켜졌다. 한인타운을 포함해서 LA의 차량 뺑소니 사망 사고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한인 시니어들에게 "평안하세요?" 대신 "길 조심, 차 조심"이 일상의 안부 인사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한인 김씨의 불안한 마음은 통계 수치로 확인된다. LAPD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LA에서 발생한 뺑소니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망자는 8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소폭 하락한 수치이지만 2022년에 비하면 18.6%, 2021년 대비 29.7%나 증가한 것이다.
뺑소니 사건 수는 지난달 16일까지 총 3149건으로 2년 전에 비해 5%나 늘어났다. LA 한인타운도 뺑소니 다발 지역 중 하나로 꼽힌다. LAPD에 따르면 한인타운을 관장하는 올림픽 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올해 1월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모두 197건의 뺑소니 사건이 일어났다. 이중 사망 사건은 5건으로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보였다.
뺑소니로 인한 사망 사고가 늘어난 데는 복합적인 요소들이 작용한 탓이다. 무엇보다 팬데믹 여파로 과속과 음주 운전 등 악습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픽업트럭이나 SUV를 선호하는 차량 대형화가 더해진 것이 주된 이유다.
여기에 LA시의 교차로와 도로 설계가 자동차 위주로 되어 있어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