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패닉에 거친 표현으로 공격

"중대 정책 오류" "스스로 초래한 경제 핵겨울"

관세 계산법에 의구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치면서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내몰자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미국 억만장자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을 지지해온 인물들조차 거친 목소리로 미국의 관세가 지나치다며 하루빨리 멈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홈디포의 공동 창립자로 공화당을 오랜 기간 지지해온 켄 랭곤은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된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와 관련해 참모들로부터 "제대로 조언받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베트남에 대한 46% 상호관세 부과와 관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면서 "차라리 '전화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34%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너무 공격적이며, 너무 빠르다"며 "진지하게 협상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랭곤은 "더 건설적인 접근 방식은 수입품에 10%의 보편관세를 부과한 다음 각국과 양자 협상을 하는 것"이라면서 "빌어먹을 관세 산정 공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멘토로,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도 6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게시글에서 "10%를 초과하는 관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던 억만장자 투자자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도 관세를 "중대한 정책 오류"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른 국가들과 협상하기 위해 관세를 90일간 유예할 것을 촉구하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스로 초래한 경제 핵겨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3대 투자가로 꼽히는 짐 로저스도 FT에 보낸 이메일에서 "관세가 상당히 짧은 기간 일부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일론 머스크조차도 관세에 대해 거친 말로 비판했다.

머스크는 5일 미국과 유럽이 관세가 없는 자유무역지대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로 평가되는 피터 나바로 고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했다(ain't built shit)"고 직격탄을 날렸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도 주주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높이고 경기 침체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생각하게 할 것"이라면서 "관세의 부정적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에 빨리 해결할수록 좋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당시 상무장관을 지낸 윌버 로스도 "관세 영향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다. 특히 베트남, 중국, 캄보디아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를 계산하는 공식의 논리에도 의구심이 든다"면서 "큰 피해를 보는 국가가 먼저 나서서 신속하게 협상을 타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미 의회에서는 대통령의 관세와 관련한 절대적 권한 행사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초당적으로 발의됐다.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주)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는 '천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면서 관세정책을 비판한 머스크를 "천사 중 한 명"이라고 지칭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