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X 지수, 2020년 코로나 초반 이후 최고치

레버리지 ETF서 3∼4일 38조원 증발

7일 '3배 레버리지' TQQQ에 2조원대 유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 증시 '공포지수'가 5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가운데, 레버리지(차입) 투자 상품에는 막대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옵션 계약에 기반해 변동성을 측정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 지수'(VIX)가 이날 52.24로 마감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반인 2020년 4월 초 이후 최고치다.

이날 S&P500이 장 초반 4.1% 상승했다가 1.6% 하락으로 마감한 가운데, VIX의 장중 변동 폭도 2거래일 연속 20포인트를 넘겼다.

VIX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VVIX) 종가도 170을 넘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덮쳤던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높았다.

앞서 S&P500은 지난 2일 장 마감 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여파를 반영해 3∼4일 10.5% 급락, 시가총액이 5조3천800억 달러(약 7천962조원) 증발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4번째로 큰 하락률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7일에는 관세 관련 '가짜 뉴스' 여파로 장중 약 10분 만에 S&P500 시총 2조4천억 달러(약 3천552조원)가 불어났다가 사라지는 소동을 겪은 뒤 0.23% 하락으로 마감했고, 8일에도 1.57% 내렸다.

이번 주가 하락으로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봤지만, 이들 상품에는 여전히 '저점 매수'를 노리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팩트세트 자료를 인용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평가액이 3∼4일 257억 달러(약 38조원) 증발했다고 전했다.

이는 전체 레버리지 ETF 평가 가치의 4분의 1에 가까운 수준으로,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3월 수준을 넘어선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몇 년간 미 증시 강세장 속에 투자자들은 레버리지 ETF를 이용해 수익률을 몇 배로 키웠는데, 하락장에서는 그만큼 손실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2거래일 하락률이 가장 큰 상품은 아일랜드의 '반도체주 4배 추종' ETF로, 59.1% 떨어졌다.

미국에서는 나스닥100 지수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티커명 TQQQ)의 손실이 두드러졌으며, 전체 200억 달러(약 29조6천억원) 가운데 63억 달러(약 9조3천억원)가 날아갔다.

하지만 하락세가 잠시 주춤했던 7일 레버리지 ETF에 또다시 자금이 몰렸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TQQQ에는 하루 기준으로 상품 출시 15년 만에 최대인 15억 달러(약 2조2천억원)가 유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을 통해 관세전쟁 여파가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하며 저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날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 개인투자자는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절반가량을 현금화했다가 최근 매수에 나섰지만 18% 손실을 기록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