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위기신호 앞에서 주춤한 '미치광이 전략''
전형적인 패턴과 한계 드러난 '학습효과'
주가 폭락과 경기침체 경고등 외면 못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공한 부동산 사업가다. 부친으로부터 초기 사업자금도 지원받았고 유산도 받았지만 사업 부진으로 1991년 트럼프 타지마할 카지노 등 보유 사업체에 대해 4번이나 파산보호를 신청했던 경험이 있다. 그로 인한 부채 누적으로 재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적도 있다. 
특유의 배포와 뚝심으로 오뚝이처럼 재기했고 대통령 재선에도 성공했지만 사업실패 과정에서 냉혹한 자금시장의 흐름과 금융시장의 구조를 체험했을 것이다.

 

▶'치고 빠지기' 의도된 전략?

관세정책으로 폭주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 각국에 부과했던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하기로 했다.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던 트럼프가 갑자기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70여개국에 상호관세를 유예하고 10%의 기본관세만 부과하겠다며 한발 물러선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먼저 상대국을 관세로 때린 뒤 협상에 들어가는 특유의 패턴을 보여왔지만, 이틀 전 관세 유예 보도를 가짜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가 이내 유예 조치를 발표했고 백악관 핵심 멤버들도 몰랐던 것을 보면 유예가 처음부터 의도된 전략이었다는 백악관의 주장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국채 금리 상승에 민감

트럼프의 관세 폭주에 제동을 건 요인에 대해선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최근 금융시장의 충격, 그중에서도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국채가격의 하락)이 첫 번째로 꼽힌다. 주가 폭락에도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연 3.86%에서 이틀 만에 연 4.5%로 급등하는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자 막대한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미국 연방정부는 35조5천억달러에 육박하는 엄청난 부채를 안고 있고 한해 국방예산보다 많은 금액을 국채 이자로 지급하고 있는 처지여서 국채 금리 상승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연일 계속되는 주가 폭락과 전문가들의 물가 상승·경기 침체 경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국 부담주려다 역효과

물론 상호관세가 90일 유예됐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유예기간은 협상을 위한 시간일 뿐 협상 결과가 흡족하지 않으면 트럼프가 언제라도 관세부과를 재개하거나 세율을 더 높일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관세율을 145%까지 올리며 기싸움을 이어가고 있어 무역 질서 혼란이나 금융시장 충격이 지속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미국이 관세에 이어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 절하라는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란 관측도 많다. 그러니 트럼프 2기 4년 내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리라는 건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한계가 노출됐다는 것이다. 상대국에 부담을 주기 위한 관세가 미국에도 물가 상승이나 경기 침체, 금리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가져온다는 점을 트럼프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드러났다. 금융시장엔 중요한 교훈이다.

 

▶승리 장담 못하는 '벼랑끝 전술'

무역 협상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1기 때도 2년여에 걸쳐 중국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벼랑끝 전술'로 대치하다가 결국엔 합의에 이르는 과정을 거쳤고 앞으로 진행될 각국과의 협상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전략의 전형적인 패턴과 한계가 드러난 학습효과로 인해 앞으로 미국의 무역 상대국은 이를 기반으로 정교한 협상전략을 만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 협상의 귀재라는 트럼프도 똑같은 전략으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시장은 트럼프를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