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펀드매니저 61% "향후 12개월 달러 약세" 전망
달러·미 국채 금리 상관관계도 약해져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유로화·엔화 등)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한국시간 16일 오후 2시 49분 기준 전장 대비 0.598 내린 99.617로 100을 하회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 4% 넘게 떨어졌다.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 금값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금 현물 가격은 이날 한때 온스당 3,291.8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고, 한국시간 이날 오후 2시 59분 기준 전장 대비 1.82% 오른 3,289.65달러에 거래 중이다.
달러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4∼10일 글로벌 펀드매니저 16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1%가 향후 12개월간 달러 약세를 전망해 2006년 5월 이후 가장 많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응답자 가운데 53%는 미국 주식 비중을 축소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혼란 속에 달러화의 안전자산 지위가 흔들리면서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 간 전통적 상관관계가 최근 3년 사이 가장 약해졌다는 평가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둘 사이의 상관관계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인 상태라고 전했다.
최근 관세전쟁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달러 가치가 약세인 가운데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고공행진 중이다.
일반적으로 미 국채 금리 상승은 달러 강세 요인인데, 이번에는 투자자들이 달러의 안전자산 가치에 의문을 보이면서 달러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일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한 뒤 중국을 제외하고 이를 유예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고조됐다.
단스케은행에 따르면 한주간 달러 가치가 2.5% 이상 하락하는 동시에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오른 것은 지난주를 포함해 최근 50여년 사이 3차례뿐이었다.
달러 약세를 유도한 미국과 주요국 간 '플라자합의'가 이뤄진 1985년 7월,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부양책이 있었던 2009년 5월에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엑소더스'(탈출)를 서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고, 안드로메다 자산운용의 알베르토 갤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서서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봤다.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bs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