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의 느닷없는 'LA폭동 한인자경단' 소환에

성명 발표 "이번 사태 조롱하는 경솔한 행동"
'살얼음 같은 시기에 엄청난 위험 초래" 비판
美 언론도 "LA폭동과는 혼란 위기 수준 달라"

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 1992년 LA 폭동 사태 당시의 한인 자경단 사진을 올린 것을 두고 LA한인회가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9일 비판하고 나섰다.
LA한인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LA에서 아직까지 소요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33년 전의 LA 폭동 당시 '루프탑 코리안'을 언급하며, 이번 소요 사태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엑스에 게재하는 경솔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LA한인회는 이어 "현 대통령의 장남이자, 약 1천5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의 행동은 살얼음과 같은 지금 시기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 등에 과거 LA 폭동 당시 한인의 모습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사진을 올리고 "옥상의 한국인들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고 썼다.
해당 사진은 한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총을 들고 장전하는 모습을 찍은 것이다.
1992년 발생한 LA 폭동 당시 폭도들의 표적이 돼 약탈·방화 등 피해를 본 한인들은 총기로 무장한 채 자경단을 꾸려 한인타운을 지켰고, 현지인들에게 '루프탑 코리안'으로 불렸다.
트럼프 주니어가 한인 자경단의 사진을 올린 것은 무법 상태였던 33년 전의 LA 폭동을 상기시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천명 투입을 명령한 이후 공화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LA 폭동 사태에 대한 언급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현재 진행 중인 불법이민 단속 반대 시위와 1992년 LA 폭동 사태는 서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혼란과 위기의 수준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현재 LA에선 일부 산발적인 충돌이 벌어지고 있지만, 1992년에는 LA 일부 지역이 사실상 무법 상태에서 폭동에 노출됐었다.

"급여받는 반란자들"

O…트럼프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시위대를 향해'급여받는 반란자들(Paid Insurrectionists)'이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올린 글에서도 시위대를 '반란 세력(insurrectionist mobs)'으로 지칭한 그는 "LA가 불법이민자와 범죄자들에 의해 공격당하고 점령됐다"며 "폭력적인 반란 세력이 연방 요원을 공격하며 우리의 추방 작전을 막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이모'차량 5대 전소

O…도심 도로에서 시위대가 차를 불태우는 모습이 다수 포착된 가운데, NBC는 무인 자율주행차인 구글 웨이모 차량 최소 5대가 불에 탔다고 전했다. 웨이모 측은 LA 다운타운에서 차량 호출 서비스 운행을 잠정 중단했다. 경찰은 웨이모 차량 등 전기차가 불에 탈 때 나오는 연기가 인체에 유독하다면서 이 지역을 지나는 시민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잇딴 비즈니스 약탈

O…폭력사태에 이어 사업체 약탈도 이어졌다. 유튜버들의 동영상에는 9일 새벽 약탈자들이 사우스 브로드웨이에 있는 티모빌(T-Mobile) 매장의 유리 정문을 부수고 들어가 물건을 집어나오는 장면이 담겼다. 또 경찰은 8가와 브로드웨이 인근에 있는 아디다스 매장에서 약탈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무장 경찰은 매장에서 약탈당한 상품 중 일부를 회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는 경찰과 몸싸울을 벌이기도 했다. 

"불순한 시위자 있다"

O…짐 맥도널 LA 경찰국장은 "이 사태가 시작된 이후로 폭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시위자중엔 의도가 의심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일반인으로 구성된 시위대 가운데 상습적으로 폭력적인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끼어 있다면서 "현장에서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은 낮에 합법적으로 이민 단속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SF, 시카고 시위 확산

O…LA에서 촉발된 시위는 샌프란시스코와 시카고, 워싱턴DC 등 다른 대도시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당국에 따르면 전날 샌프란시스코의 이민국 청사 밖에서 열린 시위 현장에서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약 60명이 체포됐다. 이날 오전 시카고에서도 이민자 권리 옹호를 주장하는 집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