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학년 고교 졸업반 학생 학업 성취도 '참담'…거의 절반이 수학·독해 기초 수준 미만

[뉴스분석]
 
'읽기' 대학 교육 준비 불과 35%, '수학'은 22% 
8학년 과학 점수 15년전 수준…교육 불평등 심각
팬데믹 비대면 수업, 스마트폰 보급 등이 주원인

미국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 학업 성취도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 공개된 ‘국가 성적표(The Nation’s Report Card)’에서 미국 학생들의 읽기와 수학 점수가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8일 미국 교육부 산하 국립교육통계센터(NCES)가 발표한 2024년도 학업성취도평가(NAEP) 결과에 따르면 고등학교 졸업반인 12학년 학생의 거의 절반이 현재 수학과 독해에서 기초 수준 미만으로 평가됐다. 약 35%만이 숙련된 독해 수준에 도달했거나 그 이상인 반면, 32%는 ‘기초’ 독해 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거의 절반에 달하는 45%가 기초 연산 능력을 활용해 실생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초 미달(Below Basic)’ 수준으로 나타났다. 대학 교육을 받을 준비가 된 학생 비율은 읽기 35%, 수학 22%에 그쳤다.
고등학생 뿐만 아니라 8학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평가에서도 평균 점수가 2019년보다 4점 하락했다. 15년 전인 2009년 수준이다.
레슬리 멀둔 국가평가운영이사회(NAGB) 사무총장은 보고서에서 “지금 학생들은 10년 전 선배들보다 핵심 교과목에서 더 적은 기술과 지식을 갖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우수생과 열등생 간의 교육 격차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꼽혔다. 최상위권(상위 10%) 학생들 성적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하위권(하위 25%) 학생들 점수는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상·하위권 학생 간 학력 격차가 NAEP 평가 역사상 가장 크게 벌어졌다.
브루킹스 연구소 존 발란트 교육정책센터장은 “뒤처져 있던 아이들이 더 뒤처지고 있다”며 “수년간 이런 결과가 반복되는데도 정책 입안자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력 저하 원인에 대해 팬데믹 기간 비대면 수업 장기화와 학생 결석률 증가를 꼽았다.
또한 10여 년 전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급격히 보급된 것도 미국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부추긴 것으로 분석했다.
그 외에도 긴 글 읽기를 멀리하고 영상 매체에만 몰두하는 경향, 고전 작품 대신 짧은 발췌문 위주로 수업하는 방식 변화 등도 미국 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제기됐다.
한편 이번 보고서와 관련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참담한 추세”라며 "교육부를 폐지하고 주 정부 차원에서의 보다 세밀하고 적극적인 교육 개선책을 강구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