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01 00:00:00
끝기도 김준철 우리는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날은 기억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입질도 없고 낚시꾼도 없었습니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그리고 말도 없었습니다 간혹 찰랑거리는 강물이 찌를 흔들고 느린 블루스 연주 같은 시간이 흐느적대며 검은 땅...
2022-06-16 00:00:00
총을 심다 김준철 검은 그리고 긴 또 차갑고 딱딱한 탕! 덮인 책에서 탕! 광고판 위에서 탕! 푸른 스크린에서 탕! 탕! 탕! 명배우처럼 냉소적 미소를 띠고 냉철한 주인공인 양 천천히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극적으로 아직은 무거워 보이는 세상의 무게를 견뎌내는 듯 그 검고 길며 차고 딱딱한 그것을 정조준하는...
2022-06-03 00:00:00
어제인 양 시간이 지나간다 창문을 열자 새벽이 된 세상이 울컥 냉기로 안긴다 나에게 불린 너의 이름에 삐쭉한 새가 답한다 소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의 소리는 새보다 더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다닌다 창문을 닫자 날아들던 너의 대답이 창에 부딪혀 거리로 떨어진다 떨어진 대답은 부서진 이름은 깨어진 소리는 아무렇게나 던져져 ...
2022-05-20 00:00:00
벚꽃의 걸음으로 목련치마 흔들리며 춤추며 오는 그대 막 터져 나오는 인동꽃내음이 바람을 간지럽히면 녹음사이로 새어나오는 여린 잎의 웃음 또 다른 고향, 흐트러진 먼 숲으로 향하는 첫걸음 푸른 바람의 그늘 밑에서 그대가 그리운 것은 긴 겨울을 견디며 나를 불러서이듯 그대를 부르면 오월이 답합니다 오월을 부르려다 당...
2022-04-21 17:17:10
그 강, 그 섬, 그 후 김준철 그 강...
2022-04-08 00:00:00
그 강에는 섬이 있다 죽은 몇 그루의 나무가 차마 희망을 버리지 못해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그 강 그 섬 그 나무 열매 맺지 못한 불임이 어설픈 몸짓을 가지고 그대를 향한 날카로운 삿대질 그 나무 그 섬 그 강 주위에 사람들은 희망처럼 살아 있다 이 시는 1995년 한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