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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김준철의 ‘시쓰고 중얼중얼’

  • 끝기도

    끝기도             김준철 우리는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날은 기억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입질도 없고 낚시꾼도 없었습니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그리고 말도 없었습니다 간혹 찰랑거리는 강물이 찌를 흔들고 느린 블루스 연주 같은 시간이 흐느적대며 검은 땅...


  • 21. 총을 심다

    총을 심다 김준철 검은 그리고 긴 또 차갑고 딱딱한 탕! 덮인 책에서 탕! 광고판 위에서 탕! 푸른 스크린에서 탕! 탕! 탕! 명배우처럼 냉소적 미소를 띠고 냉철한 주인공인 양 천천히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극적으로 아직은 무거워 보이는 세상의 무게를 견뎌내는 듯 그 검고 길며 차고 딱딱한 그것을 정조준하는...


  • 이름은 나무처럼

    어제인 양 시간이 지나간다 창문을 열자 새벽이 된 세상이 울컥 냉기로 안긴다 나에게 불린 너의 이름에 삐쭉한 새가 답한다 소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의 소리는 새보다 더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다닌다 창문을 닫자 날아들던 너의 대답이 창에 부딪혀 거리로 떨어진다 떨어진 대답은 부서진 이름은 깨어진 소리는 아무렇게나 던져져 ...


  • 오월을 부르다

    벚꽃의 걸음으로 목련치마 흔들리며 춤추며 오는 그대 막 터져 나오는 인동꽃내음이 바람을 간지럽히면 녹음사이로 새어나오는 여린 잎의 웃음 또 다른 고향, 흐트러진 먼 숲으로 향하는 첫걸음 푸른 바람의 그늘 밑에서 그대가 그리운 것은 긴 겨울을 견디며  나를 불러서이듯 그대를 부르면 오월이 답합니다 오월을 부르려다 당...


  • 그 강, 그 섬, 그 후

    그 강, 그 섬, 그 후                                                   김준철 그 강...


  • 그 강에는

    그 강에는 섬이 있다 죽은 몇 그루의 나무가 차마 희망을 버리지 못해 쓰러지지 않고 서 있는 그 강 그 섬 그 나무 열매 맺지 못한 불임이 어설픈 몸짓을 가지고 그대를 향한 날카로운 삿대질 그 나무 그 섬  그 강 주위에 사람들은 희망처럼 살아 있다   이 시는 1995년 한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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