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아무때나 친하다고 막 쓰는'반말'되레 상처·갈등 유발

나이·지위 불문 우월의식의 왜곡된 표현 '이제는 그만'


지난해 말 한 고등학교 동문회 송년모임 도중 부부 동반으로 참석한 선후배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큰 소란을 빚었다. 주위 동문들의 만류로 몸싸움까지 가진 않았지만 송년모임 분위기는 내내 가라앉고 말았다. 사연인즉슨 '반말'이 사단이었다. 약간 취기가 돈 1년 선배의 막말에 참고 있던 후배의 화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었다. 이 후배는 "학교 다닐때야 한 학년 위면 하늘같은 선배였지만 50세가 넘어서, 더욱이 부인이 보는 앞에서 '야!, 너!'하는 것을 그냥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동창생들도 더이상 동문 모임에 나가기가 싫다고 그런다"며 고개를 저었다.

 어디 동문회 모임 뿐이겠는가.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반말 때문에 상처를 주고 갈등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나이가 많아서, 지위가 높아서, 또는 그렇게 말할 수 있다고 '착각'해서 반말을 할 수 있겠지만 잘못하면 상대방의 감정을 쉽게 상하게 하기 일쑤다.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이 손님에게 아무 이유없이 들어야 하는 반말로 인해 감정적, 정신적 고통을 겪는 사례는 얼마든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다. 또한 반말은 각종 갈등으로 쉽게 이어진다.'왜 반말이냐'며 시비가 시작돼 주먹다짐으로 비화됐던 경험을 누구나 한번 쯤은 겪어봤을 터. 멀리 볼 것 없다. 대한항공'땅콩 회항'에서도 반말이 등장하지 않았던가.

  반말은 자신이 우월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쓰이는 왜곡된 표현이다. 선배와 후배, 직장 상사와 부하, 손님과 종업원 등의 사회계약적 관계가 사람과 사람의 인격적 관계 보다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상대방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자세가 필요하다. 친한 사이일수록 반말보다는 높임말이 관계를 오래 유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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