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미국발 금융위기 때의 취업난과 좋은 일자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학에 진학한 미국의 '흙수저' 대학생들이 학자금 대출 빚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 가운데 가난하게 자란 청년들이 과거 금융위기의 구직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저임금에서 탈출하려 진학을 선택한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학생들의 채무는 10년 전의 3배인 1조2천억 달러로 이는 2012년에 이미 신용카드 사용액을 넘어섰다. 미국에서 1980년 이후 출생한 젊은 '밀레니얼 세대'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무렵에 금융위기를 겪었다. 대량해고와 취업난이 벌어졌기에 자연히 졸업을 미루거나 상급 학교로 진학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학 진학이 많아지면서 자연히 학자금 대출도 늘어났다. 

 FT는 "많은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교육을 계속 받는 것이 저임금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믿음 아래 과도한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교육이 높은 임금을 보장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곳에는 갚아야 할 빚만 남았다. 

 제니퍼 차는 그래픽 디자이너를 꿈꾸며 애틀랜타의 웨스트우드대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꿈을 이루기는커녕 학자금 빚에 허덕이고 있다. 그는 미용용품 판매를 하면서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의 절반인 400∼500달러를 대출 부채를 갚는데 쓴다.

 학자금 빚을 갚지 못해 연체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용분석기관인 에퀴팩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학자금 대출을 90일 이상 갚지 못해 연체된 대학생은 10명에 1명꼴이었다. 에퀴팩스는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대학을 다니려고 학자금 대출을 받은 가난한 학생들이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빚 문제는 미 대선에서도 화두로 떠올랐다.

 젊은 층(18∼29세)은 올해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해 1946∼1965년 태생의 베이비붐 세대와 유권자 규모에서 처음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경선판을 뒤흔들면서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젊은 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