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로 국면전환 시도 가능성" vs "건재 과시용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황철환 기자 =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이 강도를 더해가는 상황에서 북한 리수용 외무상이 전격적으로 미국 방문 의사를 밝히면서 북한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의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리 외무상이 2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는 파리 기후변화 협정 서명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리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는 것은 작년 9월 유엔총회 참석 이후 7개월 만이며, 이번 행사는 지난해 12월 채택된 파리기후협정에 130여개 회원국이 서명하는 자리다.

각국의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는 만큼 전문가들은 대북제재를 주도해 온 미국의 존 케리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의 만남이 성사될 것인지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행사 내용상 리 외무상이 갈 자리가 아닌데 참석하게 된 것은 북미간에 뉴욕 채널을 통한 사전 움직임의 결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리 외무상이 방문하는 목적은 행사 자체보다는 북미 대화를 위한 출구찾기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이후 대북제재 국면에서 대화 흐름을 만들려는 차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면담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사다.

반 총장은 2014년과 2015년 리 외무상이 유엔을 방문했을 당시에는 두 차례 모두 면담을 했었다. 현재 유엔은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리 외무상이 케리 장관이나 반 총장을 만나 대화를 통한 북핵 해결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교수는 "리 외무상의 방미는 대화의 신호 아니겠느냐"면서 "대화 이야기를 꺼냄으로써 국제사회의 제재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에 균열을 내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리 외무상과 케리 국무장관간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은 검증 가능한 비핵화 조치가 북한과의 대화의 전제 조건이라고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리 외무상의 이번 방문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김정은 체제가 건재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목적이 더 클 것이란 해석도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제재와 고립 속에서 자신들이 아직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세계에 보이려는 목적이 가장 커 보인다"면서 "방미 전 사전 대화도 실무적 수준에 그쳤을 공산이 큰 만큼 북미대화가 성사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