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도박에 빠진 한인 독거 노인들 "셔틀버스 타고 거의 매일 출근, 수만불 날리기도 "

<LA타임스 동행취재>

웰페어와 자식들 주는 용돈으로 근근히 생활

"이번이 마지막" 약속 하루도 못가서 또 번복

한인타운에 사는 많은 한인 독거 노인들이 카지노 도박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고 LA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올해 85살된 오모씨와 실제 타운에서부터 카지노 버스를 타고 동행해 르포형식으로 도박에 빠진 한인 노인의 삶을 심도있게 전했다.

 오씨는 과거 친구들하고도 도박을 한 적이 없지만 이국땅의 조그만 노인아파트에서 남편과 사별한 채 홀로 사는 오씨에게 하루는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다. 오씨가 거의 10여 년 전부터 관광버스를 타고 남가주에 있는 카지노 도박장으로 바람을 쐬러 다니게 된 것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 때문이다. 

 오씨와 같은 노인들을 남가주 일대 산타 바바라에서 샌디에고 등지에 있는 카지노 도박장 수십 군데로 실어나르기 위해 코리아타운 내 올림픽 대로에 늘어서 공회전 하는 도박장 셔틀버스들만 수십 대다. 오씨가 셔틀버스에서 내려 일단 카지노 슬롯머신 앞에 앉기만 하면 영어를 잘못해도 괜찮고 미국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도 상관없다. 사별한 남편도 잊고, 자주 보지도 못하지만 자식들과 손자들도 잊는다. 첫 카지노 방문 당시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짜릿하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 오씨는 주마다 혹은 매일 카지노로 순례를 하는 코리아타운 노인들의 일원이 됐다.

 이들 대부분이 투명인간처럼 홀로 사는 저소득층이거나 가난하다. 그래도 최소 5만달러 이상을 카지노에 쏟아부은 사람에게 부여되는 '에메랄드 클럽' 멤버인 오씨는 '이제는 그만 가야지'하고 서너 주 동안 발길을 끊다가도 카지노에서 공짜 뷔페 쿠폰 등을 보내오면 하릴없이 다시 카지노 행 버스에 몸을 싣게 된다. 매일 가장 빠르면 오전 6시30분에 출발하는 버스는 막차가 이튿날 새벽 4시에 돌아오며 카지노와 연계해 사실상 무료로 운용된다. 이런 버스가 하도 많이 줄지어 주차 공간을 차지하고 주민들을 깨우다 보니 불편을 호소하는 민원도 지난 10년 이상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때뿐이었다. 약삭빠른 버스 기사들이 수시로 한 블록 건너 이동 주차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한 카지노에서는 관광버스 회사 사장에게 100만 번째 손님을 모셔온 데 대해 치하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한인 노인들에게 이 버스들은 축복이자 저주인 셈이다. 

 오씨는 지난해 1000달러 당첨된 영수증을 지갑에 가지고 다닌다. 그 영수증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을 자랑할 때면 오씨의 눈이 반짝인다.

 오씨는 저금통장에 있던 수천 달러도 지난 수년 사이 슬롯머신에 탕진하고 이제는 매달 875달러씩 나오는 웰페어와 아들이 가끔 보내주는 용돈으로 간신히 생활한다. 도박장에서 사은품으로 준 압력밥솥은 사용법도 서툴고, 예쁜 누비이불 세트도 받았지만 고스란히 장롱 속에 있다. 처음에는 잭팟을 좀 터뜨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가물가물하다. 오씨는  "그게(도박이) 좋고 재미도 있지만 끝은 늘 허무하고 슬프다"고 말했다. 

208번 셔틀버스는 저녁 6시15분에 카지노를 떠나 LA를 향한다.오씨는 자신과 또 다시 약속을 한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했던 것처럼 이번이 카지노에 가는 마지막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