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여명 지켜보는 가운데 전철에 몸 던져…검찰 수사 나서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프랑스에서 10대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가해자를 공개하고 전철에 몸을 던져 자살하는 과정을 휴대전화로 생중계해 당국이 수사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AFP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0일 오후 파리 남부 외곽 에글리 통근철도역에서 19세 여성이 지나가던 전철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트위터의 모바일 영상생중계 애플리케이션 '페리스코프'에 이 과정을 중계했으며 약 1천 명이 지켜봤다.

숨진 여성은 전철에 뛰어들기에 앞서 중계를 통해 자신이 전 남자친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면서 가해자의 이름을 밝혔다.

'오세안'이라고 밝힌 이 여성은 "소란을 일으키려고 영상을 찍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행동에 나서고 마음을 열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중계를 지켜보던 이들은 "기다리고 있어", "재미있을 것 같네" 등의 메시지를 보내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상태가 걱정스럽다"며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이 여성이 숨진 뒤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페리스코프는 이 영상을 삭제했으나 전철에 뛰어드는 부분을 검게 처리한 영상은 유튜브 등에 여전히 올라와 있다.

생중계 영상은 멈춰선 전철과 휴대전화를 집어 든 응급구조대원의 모습이 비치며 "희생자가 사망했다"는 구조대원의 목소리가 나오며 끝났다.

검찰은 휴대전화를 현장에서 수거하고 페리스코프에 원본 영상을 요청하는 등 자살 동기를 조사하고 있으며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사망자 신원을 공개하지 않았으며 전 남자친구와의 관계로 어려움을 겪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는 친척들의 증언이 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 여성이 '전 남자친구가 자신을 성폭행해 생을 마감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모바일 생중계 앱을 통해 범죄나 자살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파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달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사는 10대 소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가 쇼핑몰에서 성폭행당하는 장면을 페리스코프로 중계해 가해자와 함께 기소됐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한 여성이 음주 운전을 하면서 이를 모바일로 생중계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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