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한번꼴 만나는 日 중년부부들, 고령화사회 새 풍속도 '卒婚'
                                                                                 <졸혼>
[생생뉴스]

  '인생 후반' 꿈 이루는 삶에 초점
   불화 끝에 갈라서는 이혼과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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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이상 부부관계 얽매이지 말자" 
   아내들이 적극 찬성하는 분위기 


 니시 유리코(66)씨는 최근 남편 이토 요시히데(63)씨에게 부부 생활 36년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졌다. '평소 꿈꿔 왔던 일에 결혼이 걸림돌이 된 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세 아들 모두 결혼해서 이미 집을 떠난 후였기 때문에 부부에겐 양육의 의무도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십 년간 카메라맨으로 일하다 은퇴한 남편은 고향인 미에(三重) 현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인 니시씨는 유행의 중심인 도쿄를 떠나기가 어려웠다. 결국 부부는 '졸혼(卒婚·결혼생활 졸업)'을 해서 한 달에 한 번꼴로 만나며 각자의 삶에 충실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조선일보는 일본 내에서 니시씨 부부처럼 이른바 결혼을 졸업하는 '소츠콘('졸혼'의 일본식 발음)족(族)'이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소츠콘은 원만하게 결혼 생활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화 끝에 갈라서는 이혼과는 다른 개념이다. 부부가 동거 생활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어 별거와도 차이가 난다.

 2004년 '소츠콘을 권함'이라는 책을 쓴 스기야마 유미코씨는 소츠콘을 "오랜 결혼 생활을 지속해 온 부부가 결혼 의무에서 벗어나 각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소츠콘은 생소한 단어였다. 하지만 2013년 유명 개그맨 시미즈 아키라씨가 "노년에 마음 편하게 살고 싶다"는 이유로 '소츠콘 선언'을 한 이후 일반인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소츠콘이 대두된 주원인으로는 고령화로 인해 결혼 생활 기간 자체가 길어졌다는 점이 꼽힌다. 스기야마씨는 한 신문 인터뷰에서 "인생의 후반부까지 부부라는 관계에 얽매여 평생 소망했던 일들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했다.

 매체는 "가정과 남편을 위해 희생해 온 중장년층 아내들이 소츠콘을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1년 전 소츠콘을 한 주부 야마모토 가즈미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소츠콘 후 평생의 꿈이었던 미용실을 열기 위해 히로시마에서 도쿄로 이주했다. 또 30~6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소츠콘 세미나'도 개최하고 있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한 56세 여성은 "남편은 나를 하녀 정도로 생각하지만 더 나이가 들거나 병이 생겼을 때 외로울 것 같아서 굳이 이혼까지는 하고 싶지 않다"고 소츠콘을 희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