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많이 버는 고소득자일수록… 

[생·각·뉴·스]

 소득 상위, 가족·이웃과 덜 모이고 친구와는 더 어울려 
"돈 많이 번다는 것…진정한'관계'약해지고 있다는 뜻"

 돈을 많이 벌수록 가족·이웃보다는 친구와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발표된 에머리대 에밀리 비앙키 교수와 미네소타대 캐슬린 보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인용, 돈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최근 소개했다.

 비앙키·보스 교수는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종합사회조사(GSS·General Social Survey)를 진행해 가계소득과 저녁 모임 횟수, 만나는 대상(가족, 이웃, 친구)을 분석한 결과,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일수록 홀로 보내는 시간이 더 많고 누군가와 함께 할 경우엔 가족이나 이웃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연 소득이 13만1000 달러에 이르는 부유한 사람은 연 소득 5000달러 수준의 사람들보다 가족 이웃과의 저녁 모임 참여 횟수가 1년 평균 6.4일 적었고, 소득 상위 25%의 사람들은 소득 하위 25% 그룹에 비해 가족과 1년에 4.6일, 이웃과는 8.3일 덜 모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들은 하위 25% 그룹보다 친구들과 연 평균 5.2일 더 어울렸다. 

 비앙키·보스 교수는 '세탁기가 고장난 경우'를 예로 들어 이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세탁기가 고장 났을 경우, 우리는 이웃에게 수리를 부탁하거나 부모에게 새 세탁기를 살 수 있도록 경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갈 경우, 평상시 이들과의 관계 유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몇 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이웃에게 손을 벌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득이 높은 사람들은 '돈'으로 이러한 생활 문제를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이들은 보통 세탁기가 고장 나면 수리공을 부르거나 기계를 새로 산다. 그리고 이들은 남은 시간을 가족과 이웃에 투자하기 보단 취미, 가치관 등이 공유되어 형성된 친구들에게 사용한다.

 이런 의미에서 돈이 많다는 것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으로 WP는 가족 안에서조차 터놓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한 사람이 1985년과 비교했을 때 2004년에 3배 늘어났다는 내용의 로버트 퍼트넘 하버드대 석좌교수 2000년 저서 '나 홀로 볼링(Bowling Alone)'을 인용하며 최근 몇 십 년 사이 소득 증가와 함께 사회적인 관계가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