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재산내역 조회 요청…朴대통령 포함 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이보배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파헤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씨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을 규명하는 데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28일 브리핑에서 "최순실 재산 의혹과 관련해 최순실 관련자 약 40명에 대한 재산 내역 조회를 금일 자로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최 씨 일가뿐 아니라 친인척을 비롯한 주변인들의 재산까지 광범위하게 추적하는 데 나섰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 특검보는 관련 질문에 "40명의 선별 기준은 현재 단계에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정확한 (조사) 기간은 알 수 없지만,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이 최 씨의 재산 형성 과정의 비리 의혹을 파헤치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특검법에 명시된 특검 수사 대상 14개 중에는 "최순실과 그 일가가 불법적으로 재산을 형성하고 은닉했다는 의혹사건"도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최근 재산 추적 경험이 많은 변호사와 역외 탈세 조사에 전문성을 갖춘 전직 국세청 간부 각각 1명을 특별수사관으로 채용하는 등 최 씨의 부정축재 의혹 수사를 위한 조직을 정비했다.

이들은 금감원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최 씨의 재산 형성과정과 독일을 포함한 해외 자산 보유 현황을 면밀히 수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 씨의 재산 국외도피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수백억원대의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독일에 있는 최 씨 재산만 8천억원이 넘고 유럽 여러 나라에 10조원에 달하는 차명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씨는 26일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독일에는 단 한 푼의 재산도 없다"며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그러나 최 씨가 단골 성형외과 병원인 김영재의원에서 하루 미용시술 진료비 4천만원을 현금 결제한 것으로 드러난 데서 보듯, 막대한 규모의 자산가 행세를 한 것은 사실이다.

최 씨의 언니 최순득 씨도 상당한 자산가로 알려져 있다. 이달 8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도 제주도에만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이 금감원에 재산 내역 조회를 요청한 명단에는 이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보유한 막대한 재산의 연원은 부친 최태민 씨다. 최태민 씨는 박정희 정부 시절 10대의 영애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사종교로 접근해 정치권력에 기생하는 극히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의혹이 있다.

특히 새누리당 정두언 전 의원은 최근 최태민씨의 의붓아들로 알려진 조순제씨 녹취록을 근거로 "박정희 사후 뭉칫돈이 최태민 일가로 흘러들어갔다", "10.26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 관저에 있던 현재가치 2000억~3000억 가량의 채권 등이 최태민에게 넘어갔다"는 주장을 한바 있다.

특검팀이 최 씨 일가의 부정축재 과정을 본격적으로 파헤칠 경우 최태민 씨의 온갖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영수 특검은 이달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최태민 씨의 유사종교 의혹도 수사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특검팀이 금감원에 재산 내역 조회를 요청한 최 씨 관련자 명단에 박근혜 대통령이 포함됐을지도 주목된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에 관한 질문에 "그 부분은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으로 '공생관계'라는 의혹이 입증될 경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을 둘러싼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의혹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 씨 관련자들의 재산 내역 조사는 최 씨 일가의 부정축재 의혹에 관한 본격적인 수사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금감원 재산 조회는 법적으로 사망자에 대한 상속인 재산 조회,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회,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산에 대한 조회가 가능한 것"이라며 "특검에서 요청한 재산 조회는 법적으로 가능한 부분에 대한 사전 협조 요청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금감원 재산 내역 조회만으로는 최 씨의 부정축재 의혹을 모두 규명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특검팀은 "금감원에서 조회가 어려운 부분은 적법한 영장집행 방법으로 각 금융기관에 대해 확인할 계획"이라며 "특검으로서는 한정된 시간 내에 가장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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