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비상' 달러당 1117.6원…7개월만에 최고치

[뉴스포커스]

한국서 미국에 학비·생활비 송금 부담 가중 주름살
제품수입 미주 무역업자, 한국 방문객은 "반갑구먼"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해원·달러 환율이 7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유학생 자녀의 학비와 기러기 가족의 생활비를 송금해야 하는 한국의 부모와 기러기 아빠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또 한국에서 돈을 받아쓰는 형편인 미국의 유학생과 기러기 가족들도 생활비와 씀씀이를 줄이는 등 환율 급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형편에 놓였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8원 오른(원화가치 하락)한 1117.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14일(1118.1원) 이후 7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1거래일간 42.4원 급등하면서 어느덧 1120원대를 바라보고 있다.

원화 약세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들어 2번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데다 하반기 2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공세도 달러 강세를 더욱부추기고 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미국에 자식을 유학보낸 한국의 부모들과 유학생, 기러기 가족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에서 학비를 미국으로 부치거나 미국에서 송금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이들은 원화가치 하락의 최대 피해자다. 똑같은 액수의 달러를 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에 중학생 자녀를 유학보낸 40대 직장인 김모씨는 "유학을 준비하면서 목돈 마련 등 미리 준비를 해놓긴 했어도 매달 생활비와 학자금이 적잖게 부담스러웠어서 환율이 계속 오를까 불안하다"며 "월급을 쪼개 송금 중인데 더이상 졸라맬 허리띠도 없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기러기 가족으로 두 딸과 LA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인 송모씨는 "갑작스런 환율 급등으로 남편의 송금 부담이 커졌는데 환율 상승세가 지속된다고 하니 마음이 무겁다"며 "당분간 생활비 등 씀씀이를 줄여서 생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A 거주 유학생 정모씨는 "최근 아파트 렌트비와 생활비까지 오르는 실정이라 안그래도 빠듯한 생활이 더 힘들어졌는데 환율까지 올라 부모님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울상을 지었다.
반면 한국에서 제품을 수입하는 무역업자들의 경우 이번 강달러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당장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거나 한국에 정기적으로 송금을 하는 한인들에게는 이번 환율 급등은 반가운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