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뉴·스]

외교부에 등장한 과외 전단에 외교관들 얼굴 '화끈'
영어 강사 男 "콩글리시 그만…발음 잡아드리겠다"
강경화 장관 "외교관 영어 한심" 개탄 이어 쥐구멍

'외무관님 ~ 네이티브가 못 알아듣는 발음은 이제 그만!'

31일 아침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던 외교관들이 한 30대 남성으로부터 건네받은 전단(사진)에 적힌 광고 문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이 남성은 자신을 해외 유명 대학 출신 영어강사로 소개했다. LPGA(미 여자프로골프) 선수, 현직 국회의원 등을 가르쳤다는 그는 전단에서 "아시안 악센트는 그만! 아무 때나 굴리는 R 발음, 모음을 마음대로 뭉개는 발음, 한국어 음가에 의한 자음을 업그레이드해 주겠다"며 "원어민 발음에 가깝도록 단시간에 잡아 드린다"고 했다. 그는 "콩글리시처럼 발음하지 마세요! 외교 업무에 필요한 자신만의 형용사, 부사를 찾아 드린다"고도 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매체는 외교부 앞에 이런 광고 전단이 뿌려졌다는 것은 외교관들로서는 '굴욕'에 가깝다며 "뭔가 했는데 받고 보니 황당했고 얼굴이 좀 화끈거리기도 했다"고 했다는 한 30대 외교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들어 외교관들의 영어 실력이 정가에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한국의 국격과 국력에 비해 외교관의 영어 실력이 너무 부족하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외교부는 외교관들의 영어 능력을 재평가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어학 평가·교육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강 장관이 근래 외교관들의 영어 구사 능력 부족 문제를 수차례 지적함에 따라 외교부와 국립외교원이 외국어 평가·교육 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외교부내에선 "통역관 출신인 강 장관이 '영어'라는 본인 특기를 지나치게 부각시키는 것 아니냐", "업무에 큰 지장이 없는데 외교부 직원이라고 해서 강 장관처럼 영어를 잘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외교부 내 영어 능력 검정은 1~5등급으로 나뉘는데, 동시통역이 가능한 수준인 1등급은 매우 드물고, 2~3등급이 약 80%를 차지한다. 영사직 등에선 4~5등급(제한된 외교 업무 수행 수준)을 받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석현 의원에 따르면, 어학 실력 기준 미달로 적격심사위원회에 회부된 외교관 숫자가 2016년 19명, 작년엔 11명이었다. 심사에 회부되면 원칙적으로 2년 안에 기준 점수를 취득해야 하는데, 2014년 회부된 51명 중 이를 충족시킨 인원은 18명에 불과했다.

비록 외교관들에게 뿌린 전단이긴 하지만 미국에 10년 이상 살면서도 관공서에 전화 한통 제대로 못하는 상당수 한인들의 얼굴이 붉어지기는 마찬가지. 그것 참 '영어가 뭐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