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법원'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 미국서도 찬반 논쟁

[뉴스포커스]

"개인 행복이 국가 의무보다 우선해야" 찬성
"양심 종교 이유로 병역거부 속출할 것" 반대
"대체 복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이 관건" 평가

한국 대법원은 1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34)의 상고심에서 대법관 9(무죄)대 4(유죄) 의견으로 개인의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는 것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결이 내려지나 여론은 둘로 쪼개졌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진보시민단체들은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보수단체 등 반대 측에선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서도 마찬가지다. 남가주 한인들도 소식을 접하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贊 "개인 행복이 우선"
이번 판결에 찬성하는 한인들은 국가의 의무보다 개인의 권리를 존중한 결정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병역 의무에 대해 개인에게 일종의 선택권을 줬다는 측면에서 유의미한 판결"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타운 직장에 근무하는 한모(26)씨는 "과거에는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를 무조건 수행했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꼈다"며 "개인의 행복이 국가의 의무보다 우선한다는 취지로 본다면 올바른 방향이다"고 평가했다.

한국서 군대를 다녀온 신모(28)씨도 "모두에게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들의 신념에 따라 군 복무를 거부하는 것이 양심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제도를 빨리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反 "허탈감…병역거부 속출할 것"
이번 판결에 반대하는 한인들의 목소리는 더 뜨거웠다. "군필자들은 물론 현역 장병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직장인 장모(42)씨는 "군 복무 시절 어깨를 다쳐 수술까지 받았지만 병역을 끝까지 마쳤다"며 "양심을 이유로 군대를 안 갈 수 있다면 누가 군대를 가고 싶어하겠는가. 양심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학생 이모(29)씨는 "양심적 병역거부라고 하는데 양심에 대한 정확한 기준이 있는지 의심이 든다"며 "이 판결 이후 많은 남성들이 양심을 내세워 병역거부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2005년 군번의 직장인 이모(33)씨는 "병역거부 자체를 반대한다"며 "'내가 고생했으니 너희도 고생해라'라는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총을 못 들겠다는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받아주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아들을 군대에 보낸 한 주부는 "내 아들은 군대서 힘들다고 해도 참고 인내하라고 가르쳤는데 군대 간 게 바보가 된 느낌"이라는 글을 포털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

◇대체복무제가 핵심 관건
이번 대법원 판결과 관련 결국 대체 복무제에 대한 국민 여론을 모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단체장은 "이번 판결이 악용돼 무조건적으로 군대를 기피하거나 양심만 내세우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며 "차후 이어질 대체복무제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단체장은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사람을 무죄라고 판단했다면 대체복무제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분야에서 양심을 지키면서도 병역의 의무 다할 수 있도록 대체복무제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 가장 핵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