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끈 농심·오뚜기 美 라면가격 담합소송 사실상 종료…미국 회사 원고 항소 포기

[뉴스분석]

韓 대법원서'무죄'판결하자 집단소송 갈 명분잃어
가주 연방법원도 "담합 불인정" 불구'씁쓸한 승소'

한국 라면업계가 7년간 한국내외에서 받아온 라면가격 담합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됐다. 미국 유통업체가 제기한 라면가격 담합 소송이 원고의 항소 포기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라면 시장 1위 업체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농심과 오뚜기는 그동안 짊어졌던 담합 멍에를 벗게 됐다.

이데일리에 따르면 농심과 오뚜기에 라면가격 담합을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원고가 항소를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농심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낸 더플라자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이 '가격 담합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이후 항소 여부를 놓고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심과 오뚜기가 라면가격을 담합해 인상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다 한국 대법원까지 이들의 무죄를 판결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소송은 무의미했다. 업계 관계자는 "라면가격 담합과 관련한 미국 내 송사는 완전히 마무리된 셈"이라고 전했다.

이번 소송은 4년 전인 2013년 8월 6일 미국에서 시작됐다. 원고 측이 농심 라면을 직간접적으로 구매한 소비자들을 대리한다는 명목 하에 진행된 집단 소송이었다. 소송 대표 당사자들이 요구한 배상액은 1500억원이었다. 패소 시 3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이 적용되기 때문에 농심과 오뚜기 입장에서는 사활을 걸어야 했다.

소송 제기의 근거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2012년 담합 판정이었다. 공정위는 2012년 3월 농심과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삼양식품의 라면 가격 담합 사실을 발표했다. 그해 7월에는 135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라면가격 담합을 적발한 팀은 그해의 '공정인'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국 내 문제로만 치부됐던 이 사건에 미국 유통업계가 관심을 보이면서 국제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한 것이다. 미국에 라면을 수출해 팔던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이 직접적인 타깃이 됐다. 이들의 부당한 가격 인상 담합으로 현지 유통업체와 소비자가 피해를 봤으니 배상을 하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내 원고 측으로 나선 더플라자컴퍼니는 공정위의 담합 의결 사실을 기반으로 두 회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액은 1500억원이었다. 미국 재판부는 합의를 종용했다. 만일 본 소송에 들어가 패배라도 하면 징벌적 손해배상이 적용, 3배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었다. 농심과 오뚜기는 미국 법정에서 끝까지 싸웠다. 한국 여론은 이들을 담합 기업으로 이미 낙인찍은 상황이었다. 한국의 고등법원도 공정위의 판단을 인정했다.

반전은 한국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대법원이 2015년 농심과 오뚜기 측의 담합 사실에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미국 내 원고가 재판을 전개할 힘을 잃게 된 것이다. 승세는 농심과 오뚜기 쪽에 기울고 가주 법원도 이들의 손은 들어줬다. 그러나 승소에도 불구하고 양사는 미국 송사에 쓴 돈 350억원과 브랜드 이미지 실추 등 상처가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