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철회·강제이행장치 난제…트럼프 "잘 돼간다" 낙관
IMF·WTO 경기악화 경고…무디스 "3개월 내 안 풀리면 경기침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글로벌 경제에 된서리를 내린 무역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줄다리기가 중대한 한 주를 맞이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AP,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끄는 중국 협상단은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3일부터 미국 측과 무역협상에 들어간다.

이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지난주 중국을 방문한 데 이은 고위급회담이다.

이번으로 9차가 되는 이들 협상단의 회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담판의 토대가 될 합의안을 마련하기 위한 막판 스퍼트로 주목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양국 협상단이 지난주 회담 때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 앞에 놓일 수 있는 합의안을 한 문장씩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국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두 정부가 모두 분명히 합의를 원하는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이번 협상을 진단했다.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모두 합의를 원하며 게임을 끝낼 문제들을 돌파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자국 기업들에 대한 보조금, 무역 불균형 등과 관련한 중국 산업·통상정책의 구조적 변화를 요구해왔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구체적인 것들은 전혀 밝힐 수 없으나 미중 통상관계에서 전례 없이 크고 웅장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고 특정 수준의 낙관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의 최고 난제로는 무역전쟁 과정에서 부과된 관세의 철회 여부와 중국이 무역 합의를 준수하도록 강제할 장치가 거론된다.

브릴리언트 부회장은 이들 두 의제에 진전이 없다면 이달 양국 정상의 담판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협상이 큰 진전을 이루면 무역전쟁이 이달 내에 일단락될 수도 있으나 답보한다면 정상 담판이 오는 6월 말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늦어질 수도 있다.

협상 결렬로 미국이 유예하고 있는 관세 인상이 단행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더 큰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재 미국은 500억 달러(약 56조8천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2천억 달러(약 227조4천억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모든 관세의 철회를 원하고 있으나 미국은 일부를 존치한다는 방침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커들로 위원장은 미국은 중국의 이행상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무역 합의를 위반했다고 판정됐을 때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의 강제 이행 장치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관세에 대해 중국이 보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의 삽입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이 같은 강제 이행 장치를 19세기 아편전쟁 이후 서방으로부터 당한 굴욕을 연상시키는 주권침해 늑약으로 보고 반발하는 기색이 완연하다.

두 의제뿐만 아니라 기술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보조금 정책 등에서도 실질적 진전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는 강경한 목소리도 미국 내에 있다.

그러나 무역전쟁이 중국의 경제여건, 미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한 만큼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도 합의를 향하는 동력이 목격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고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 말했다.

뚜렷한 경기둔화 우려에 고심하는 지구촌은 이번 회담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 등 국제경제기구들은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미중 무역전쟁을 지목한 바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이날 미국상공회의소 행사에 참석해 글로벌 경제가 위태롭다며 갈등 완화를 촉구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상대 수출상품에 모두 25% 관세를 물리면 중국은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5%, 미국은 0.6%에 달하는 규모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이날 발표한 세계 무역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무역 증가율을 2.6%로 제시했다.

이는 WTO가 작년 9월에 제시한 3.7%보다 무려 1.1%포인트가 낮은 경악할 전망치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통상갈등 고조가 주요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는 현재 경기둔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미중 무역전쟁이 경기침체(Recession·국내총생산의 일정 기간 감소)를 촉발할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의 마크 잰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미국과 중국이 3개월 이내에 무역 합의를 이루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그는 자사의 설문 결과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 심리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였다며 고율 관세를 주고받는 미중 무역전쟁 때문에 기업 심리가 취약해져 비상이 걸렸다고 강조했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