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주장 여성, 정신과 치료기록 제출…'특수강간'서 선회
김 전 차관 혐의 입증엔 난항 예상…윤중천, 8차 소환 조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검찰이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일단 뇌물수수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핵심 의혹이었던 성범죄 혐의에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앞서 두 차례 무혐의 처분된 '특수강간(흉기로 위협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해 저지른 성폭행)'이 아닌 '강간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성범죄 혐의를 보강 수사하면서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따져볼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성범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 씨를 지난 11∼12일 연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씨는 2008년 3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의료 기록 등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여러 차례 성폭행을 당했으며, 2008년 1∼2월께 서울 역삼동 자택에서 억지로 성관계 장면을 촬영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2013·2014년 수사를 벌여 김 전 차관과 윤씨의 특수강간 혐의를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이때 김 전 차관의 혐의점을 '부실수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5년 만에 다시 대규모 수사단이 출범한 계기가 됐다.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혐의가 많아 난관 속에 시작한 수사단은 이번에는 강간치상 혐의 적용을 검토하며 성범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수강간은 2007년 12월 21일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일어난 범죄만 공소시효(15년)가 남아있는 데다 김 전 차관이 "윤중천을 모른다"고 일관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에서 명확한 공모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성폭행 피해로 인해 이씨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공소시효가 15년인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강간치상죄를 구성하는 상해에는 불안과 불면, 우울증, 대인관계 회피 등 정신과 증상도 해당한다고 대법원은 인정했다.

관건은 윤씨 외에 김 전 차관에게도 강간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다.

수사단은 윤씨가 이씨를 지속적으로 억압하고 협박했으며, 그 상황 속에서 이씨를 이용해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했는지 살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도 "내가 윤씨의 강압으로 성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김 전 차관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나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이 문제다.

이씨를 변호했던 박찬종 변호사는 "당시 이씨가 윤씨의 협박 속에서 노예나 다름없는 생활을 했으며, 윤씨가 가족에게 성관계 사진을 보낸다거나 권총으로 위협해 저항하지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단은 이씨 진술에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씨가 2008년 무렵 다른 개인사로 인한 정신적 충격도 겪었기에 정신과 치료와 성폭행의 인과 관계를 풀어내는 것도 수사단이 안은 과제다.

수사단은 다음 주께 김 전 차관과 윤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봤다고 주장해온 또다른 여성 최모 씨를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김 전 차관은 지난달 최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강간치상 혐의가 적용될 경우 2013·2014년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논란이 다시 한번 불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수사단은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윤씨를 대상으로 8차 소환조사를 벌이고 있다. 수사단은 윤씨가 과거 내연 여성을 대상으로 20억원대 사기를 저지른 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가 주목된다.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