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수도권 가와사키 흉기난동에 초등 6년생 등 2명 사망·16명 부상
통학버스 기다리던 아동·보호자 희생…책가방 나뒹구는 현장에 비명
일본사회 큰 충격…아베 신속수사·안전대책 지시, 트럼프도 위로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여느 때처럼 평온했던 일본 수도권의 공원 인근 주택가. 이곳에서 통학버스를 기다리던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 양손에 흉기를 든 남성이 다가왔다.

검정 셔츠를 입고 짧은 스포츠형 머리에 안경을 쓴 이 남성은 "죽여버리겠어"라고 외치며 아이들과 보호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렀고 평소와 다름없던 등굣길은 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아이들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무서워"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아빠, 엄마 어쩌면 좋아"라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아이도 있었다.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28일 목격자들의 증언 등을 통해 전한 가와사키(川崎)시 흉기 난동 사건 당시의 모습이다.

이날 오전 7시45분 수도 도쿄(東京) 인근 가와사키시 다마(多摩)구에서 발생한 이 사건으로 아동 16명과 성인 2명 등 1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 중 초등학교 6학년생인 여자아이(12)와 다른 아동의 보호자로 보이는 남성(39)이 숨졌고,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 2명과 40대 여성 1명이 중태에 빠졌다.

가해자 남성은 범행 후 자해해 숨졌고, 현장에서는 이 남성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흉기가 발견됐다.

사건이 일어난 곳은 아파트가 늘어서 있는 주택가로, 아이들이 자주 찾는 노보리토(登戶) 공원과 가까운 곳이었다.

사건 장소 근처에 사는 한 남성은 요미우리신문에 "이 주변은 보통 지나가는 사람이 많지 않고, 치안도 나쁘지 않은 곳이다.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스쿨버스 운전사는 NHK에 "초등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버스를 정차하고 있었는데, 남성이 전방의 편의점 부근에서 양손에 흉기를 들고 걸어왔다. 그리고 버스에 타려던 학생들을 차례대로 찔렀다"면서 "남성에게 '뭘 하는 거냐'고 말하니 이 남성은 수십m를 도망가 자해했다"고 설명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사건 당시 주변의 편의점에는 여러 명의 초등학생들이 도망가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피 흘린 아이들이 목격됐고, 도로는 피로 물들었다. 도로에는 아이들이 갖고 있던 란도셀(일본식 책가방)이 나뒹굴기도 했다.

초등학교 1학년생 딸이 이날 사건으로 부상을 한 남성은 아사히신문에 "딸을 버스 정류장에 데려다준 뒤 출근을 하다가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잘 다녀와'라고 말하자마자 이런 일이 발생할지는 몰랐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날 사건으로 일본 사회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일본 언론들은 사건 내용과 부상자 치료 상황 등을 속보로 내보내며 관련 소식을 신속히 전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문부과학상과 국가공안위원장에게 모든 초등학교에 대해 등·하교 시 안전을 확보할 것과 사건에 대해 신속한 수사를 지시했다.

아베 총리는 "사회의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가능한 한 신속하게,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기개로 임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에게는 "아이들의 안전을 무엇을 해서라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은 이 사건과 관련해 신속히 회의를 열기도 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 점검해 아동, 학생의 안전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으며,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극히 가슴 아프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아이들이 공포를 느끼지 않도록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3박 4일의 국빈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기에 앞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가가'에 승선해 행한 연설에서 "저와 퍼스트레이디는 오늘 아침 도쿄 근교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피해를 본 분들을 위해 기도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