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결론 2022년부터 발효, 한국·미국 등 많은 회원국 "정의 모호" 결정 재고 촉구

[뉴스진단]

게임·도박 중독 등 '행위'에 대한 중독
알코올·마약 중독 같은 질병으로 분류

게임 중독(게임 사용 장애·Gaming disorder)이 공식적으로 '질병'으로 분류되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 총회에서 게임 중독을 하나의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 질병 분류('ICD) 11차 개정안'을 194개국 대표들의 반대 없이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2014년 관련 논의를 시작한 지 5년 만이다. 2022년 1월 발효된다.

'국제 질병 분류'는 사람의 질병과 사망 원인을 의학적으로 분류한 국제 기준으로, 각국 건강 정책과 보건 행정의 바탕이 된다. 한국에서도 빠르면 2026년부터 한국 표준 질병·사인(死因) 분류에 게임 중독이 질병으로 포함될 듯하다. 보건복지부는 다음 달 관련 부처와 법조계·의료계, 시민 단체, 게임 전문가들로 민관 협의체를 꾸릴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게임 중독은 신종 질병'이라는 데 국제사회가 의견 일치를 봤다는 의미가 있다. WHO가 질병 분류에서 게임·도박 중독 등 '행위'에 대한 중독을 알코올·마약 중독과 같은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다.

지금까지도 이런 증세를 보이는 이들이 정신과 진료를 받긴 했지만, 환자 규모나 증감 추세를 정확히 알기 어려웠다. 게임 중독이라는 별도 병명(病名)이 없어 진단서에 '적응 장애'나 '우울증'같은 다른 병명을 적었다. 앞으로 질병 분류 기준이 바뀌면,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해외와 비교해가며 정책을 세우고 예산을 집행하는 게 가능해진다.

한편 이번 WHO의 게임중독 정의가 모호하다며 한국은 물론 다른 회원국들의 반발이 거세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 전 세계 게임산업협회 9곳은 공동성명을 내고 WHO 결정을 재고해 달라고 촉구했다.

프로게이머는
삶에 어떤 변화줄까?

WHO는 게임중독을 정신·행동·신경발달 장애 부문의 하위 항목으로 분류됐다.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본격 적용되며, 2022년부터 약 5년에 걸쳐 각 회원국에 게임중독이란 질병을 치료하도록 권고한다. '권고'이고 강제성은 없다. 하지만 WHO 회원국이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치료하기 시작하면 한국 등 이번 조치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국가들 역시 압박받을 수 있다.

▶결석이나 결근 사유되나?

질병 코드가 부여되면 진단서를 받아 병결 사유로 제시하는 일이 가능은 하다. 그러나 각 국가마다 질병으로 등재되는 과정엔 많은 논란이 예상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프로게이머는?

프로게이머는 게임하는 것 자체가 '일'이기 때문에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또 프로게이머와 게임 중독 게이머들은 게임을 할 때 다른 뇌파를 사용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프로게이머는 확률과 전략을 따지면서 게임에 임하지만 게임 중독 청소년들은 사고하지 않고 단순 몰입한다.

▶업계 영향

게임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했을 때 이익이 생기는 집단은 뭐니뭐니해도 정신의학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앞으로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PC방은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