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석교인 3500명 '지구촌교회'진재혁 목사, 담임목사직 내려놓고 선교사로 떠나

[교계화제]

신선한 충격,'목회자의 사명'의미에 큰 울림
7월 말 쯤 아프리카 케냐로 아내와 단둘이 출국

진 목사의 말
"교회에선 교회대로 사명과 비전
케냐선 거기대로 주신 사명 실천
장소만 다를 뿐, 두 곳 차이 없어"

'선교'란 무엇인가. 기독교인이라면 거의 매일 입에 달고 사는 말이지만 누구를 위한 것이며 누가 하는 것이냐라고 물으면 시원한 대답이 안나온다.

거꾸로 말하자면 그만큼 쉽지않은 주제다. 그런데 한국의 잘 나가던 대형 교회의 50대 목회자가 갑자기 담임목사직을 내려놓고 선교를 떠난다고 발표, 교계에 새삼 선교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주인공은 지구촌교회의 진재혁(54) 목사. 진 목사는 9년간의 담임 목회를 마치고 아프리카 케냐 선교사로 떠난다. 미주 한인교회 목회자 출신인 진 목사는 지난 26일 저녁 경기도 성남 지구촌교회 분당채플에서 열린 '선교사 파송 감사예배'에서 3500여명의 성도들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눴다. 이동원 원로목사와 진 목사 후임으로 청빙된 최성은(미국 타코마제일침례교회) 목사가 안수기도를 하며 진 목사 부부를 축복했다. 2010년 12월 부임 때 이 원로목사의 조기 은퇴와 40대 이민목회자 청빙으로 한국교회에 줬던 신선한 충격만큼이나, 선교지로 떠나는 진 목사의 마지막 모습도 큰 울림을 남겼다.

한국 언론에 따르면 진 목사는 지난해 9월 16일 주일 예배 설교시간에 케냐로 떠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시 그는 "건강하고 축복받은 지구촌교회이기에 떠나기가 더 힘들고 하나님의 보내심이 다 이해되진 않지만, 아브라함처럼 온전한 믿음으로 온전하게 순종하는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 목사의 갑작스러운 선언에 교회 안팎의 충격은 컸다. 교회 안에서는 일부 성도들이 진 목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반면 교회 밖에서는 대형교회 목사직을 내려놓고 아프리카 선교사로 떠나는 결정을 아름답다고 치켜세웠다.

진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임 후 늘 하나님이 저에게 맡기신 지구촌교회 2대 목회자 사역이 어떤 것인지 기도해 왔다"며 "제가 끝까지 가는 사역일지, 목회 트랜지션(이양)을 돕는 것일지 기도하는 가운데 하나님이 선교에 대한 길로 인도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나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선 순종할 수밖에 없고, 더구나 목회자의 삶에선 지극히 당연하고 단순한 것"이라며 "저에게도 떠남이 쉽지는 않지만, 부르심을 확인한 이상 순종하고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촌교회에선 여기에서 주신 사명과 비전을 향해 갈 수 있어 감사했고, 케냐에선 거기대로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향해 달려가는 것일 뿐, 두 곳의 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진 목사는 "성도들이 이렇게까지 놀라고 아파할지는 몰랐다"며 "목사가 부르심을 받아 선교를 가겠다고 하는데도 목회자와 성도들이 그 뜻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연약함을 보게 됐다"고 했다.

진 목사는 성도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한 달간 함께 기도하며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한 달 뒤인 지난해 10월 21일 제직회에서 진 목사의 뜻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진 목사는 "이 과정에서 교회도 훨씬 성숙해졌다"며 "무엇보다 이 시간을 통해 성도들의 사랑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진 목사는 남아있는 소소한 일들을 마무리한 후 7월 22일 케냐로 아내와 단둘이 떠날 계획이다.

"다들 얼마나 그곳에 있을 거냐고 묻는데…모릅니다. 어려움이 많은 길이지만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대로 순종하며 기쁘게 사역겠습니다."

☞진재혁 목사는

미국 버지니아 주립대, 트리니티 신학대학원, 미드웨스턴 침례신학대학원, 풀러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특히, 풀러 신학교에서는 리더십 철학박사와 선교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북가주 뉴비전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뒤 교회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2300여 명의 교인이 출석하는 북가주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이자 미주에서 가장 큰 한인침례교회가 됐다. 9년전 4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지구촌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