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이탈리아 문화원, '에스프릿 셰프'와 손잡고 한식강좌·시식행사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열정으로 똘똘 뭉친 한국의 젊은 셰프들이 재기발랄한 한식으로 이탈리아 로마를 사로잡았다.

정우성 셰프가 이끄는 젊은 요리사들의 모임 '에스프릿 셰프' 소속 요리사 11명은 주이탈리아 한국대사관(대사 권희석)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원장 오충석)의 후원으로 지난 5∼6일 로마 중심가의 그랜드팔라스 호텔,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현지 기자들 상대로 한식 시식행사와 현지인을 겨냥한 요리 수업을 진행해 반향을 일으켰다.

'에스프릿 셰프'는 요리를 사랑하는 한국의 젊은 요리사들이 모여서 다양한 요리에 대해 연구하는 집단으로, 국제요리 대회 메달리스트, 요리학과 교수 등 요리 전문가뿐 아니라, 이제 막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요리 전공자와 요리에 취미를 둔 일반인들로 구성돼 있다.

한식을 세계에 알리고, 현지 음식과의 접목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1년에 1차례씩 자비를 들여 해외 요리 투어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은 앞서 열흘 정도 북부 파도바부터 남부 마테라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반도를 종단하면서 현지 요리사들과 교류하고, 현지 음식을 맛보면서 견문을 넓힌 뒤 로마에 입성했다.

5일 저녁 그랜드팔라스 호텔에서 현지 언론의 음식 전문 기자들을 위해 열린 '현대식 한식 요리 만찬' 행사에서 에스프릿 셰프의 요리사들은 한국에서 난 재료와 이탈리아 재료를 조화롭게 결합한 퓨전 한식 요리를 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날 제공된 음식은 감자전, 청양고추로 맛을 낸 버터소스와 관자, 소갈비살을 얹은 메밀, 라구소스에 버무린 한국식 튀긴 가지, 소삼계탕, 동치미, 고추장불고기비빔밥과 소갈비, 한라봉스펀지케이크, 참깨마카롱, 식혜 등 전식부터 후식까지 망라됐다.

정우성 셰프는 만찬 시작에 앞서 "한식의 만두, 이탈리아의 라비올리 등 두 나라 음식은 종류와 조리법에서 유사한 점을 상당히 많이 공유하고 있어, 서로에게 부담 없이 다가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이번에 와서 보니 이탈리아는 토마토, 감자 등 강렬한 햇볕을 듬뿍 받고 큰 채소들이 워낙 좋아 음식 맛을 더 잘 낼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정 셰프가 동치미에 대해 "저희 엄마가 외할머니에게 배운 것을 제가 전수받은 것이다. 외할머니는 이제 100세가 되셨다"고 말하며 건강 음식임을 강조하자, 좌중에서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이날 자리를 함께 한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젊은 감각으로 탄생시킨 참신한 요리로 저 같은 한국인은 물론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만족시킨 한국의 젊은 셰프들이 자랑스럽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다.

트레니탈리아 등 여행 관련 잡지에 음식 기사를 기고하는 프리랜서 기자인 프란체스카 페레신은 "일본 음식을 좋아해서 평소 일식당을 자주 찾고 있는데, 오늘 행사로 한식도 맛이 좋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한식으로도 눈을 돌리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음식을 만들고 직접 서빙까지 도맡은 젊은 셰프들은 오른쪽 어깨에 태극 문양을 박아 넣은 한복을 응용한 요리복을 착용한 채 행사장을 누벼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정우성 셰프는 "이번에 함께 온 팀원들의 면면은 17살 고등학생부터 휴가를 내고 합류한 대기업 연구원, 약사 등 다양하지만, 우리의 공통점은 요리를 누구보다 사랑한다는 점"이라며 "이번 계기로 미식의 본고장인 이탈리아에 한식을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이 6일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에서 로마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한식 강좌도 정원을 꽉 채우면서 인기를 끌었다.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