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구진 "외교관 40명 뇌에서 정상 뇌와의 차이점 발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지난 2016년 말부터 지난해까지 쿠바에 머물던 미국 외교관과 가족들이 두통, 어지럼증, 청력 손상 등을 비롯한 이상 증상을 호소했다.

이들 중 다수가 곤충 울음이나 금속을 가는 것과 같은 소음을 들었다고 증언하면서 쿠바가 음파 무기로 공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지만, 쿠바가 부인하는 가운데 뚜렷한 증거도 없어 의혹은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진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를 통해 당시 이상 증상을 보인 외교관 40명의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결과를 발표했다.

AP통신과 미국 CNN 등에 따르면 연구진은 다른 건강한 48명의 뇌와 비교해 이들의 뇌에 백질이 적었으며 이밖에 여러 미세한 구조적 차이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환자들의 뇌에선 뇌 각 부위를 연결하는 조직에서도 독특한 패턴이 발견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래지니 버마 교수는 이러한 패턴이 지금까지 뇌 질환이나 부상에서 봐온 것들과는 달랐다면서 "진정한 의학적 미스터리"라고 표현했다.

역시 연구에 참여한 랜덜 스완슨 박사는 "이들 뇌에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구진은 환자들이 증상을 보이기 전에 촬영한 뇌 MRI 자료가 없는 것이 한계라고 인정했으며, 뇌의 변화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AP통신은 "이번 연구 결과가 미스터리만 증폭시킨다"고 말했다.

당시 여러 외교관들과 가족이 한꺼번에 이상 증세를 보이자 미국 정부는 아바나 주재 외교관을 절반으로 줄이고 미국 주재 쿠바 외교관 10여 명을 추방했다.

외교관들이 들었다는 소리가 중남미에 서식한 짧은꼬리 귀뚜라미의 소리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지만 이후에도 음파 공격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쿠바에 머무는 캐나다 외교관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으며, 중국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들 역시 같은 증상을 호소한 바 있다.

mihy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