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 미흡한 5개국 유엔에 제소…"'아동권리조약' 의무 안지켜"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저는 여기 위가 아니라, 바다 반대편 학교에 있어야 합니다. 당신들은 빈말로 내 어린 시절과 내 꿈을 앗아갔어요."

스웨덴 출신의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 지도자들의 책임을 추궁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21년 파리 기후변화협정 시행을 앞두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각 국가와 민간 부문의 행동 강화 계획을 발표하고 공유하기 위해 열린 이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과 정부 대표들을 향해 "그나마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사람들이 고통받고 죽어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고, 대규모 멸종의 시작을 앞두고 있는데 당신은 돈과 영원한 경제 성장이라는 꾸며낸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툰베리는 이어 자신과 만난 지도자들이 다들 젊은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위급성을 이해한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지 않는다"면서 "당신들이 정말로 이해하고도 행동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당신이 악하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 감축한다는 일반적인 목표는 장기적으로 1.5℃의 지구 온도 상승을 피할 확률을 50% 준다는 의미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50%의 위험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신들은 우리를 실망시켰고, 우리는 당신들의 배신을 깨닫기 시작했다"며 "미래 세대의 눈이 당신을 향해 있다. 만약 우리를 실망시키는 쪽을 선택한다면 우리는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툰베리의 유엔 연설에 대해 "배를 타고 미국에 온 뒤로 대중 행사에서 말을 아끼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운동가들에게 마이크를 넘겨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했던 툰베리가 이날 밤만큼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가공되지 않은, 감정적인 연설이었다"고 평했다.

툰베리는 정상회의 직후 다른 청소년 15명과 함께 이날 독일, 프랑스, 브라질, 아르헨티나, 터키 등 5개국이 '아동권리조약'에 따른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았다며 유엔에 제소했다.

해당 국가들이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행동을 취하지 않음으로써 자신들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12개국 출신인 이 청소년들은 해당 국가들이 기후 변화로 인한 "치명적이고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막기 위해" 그들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지 않으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국가와 효율적으로 협력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삶도 기후 변화로 영향을 받았다면서 금전적인 보상 대신 해당 국가들이 기후 변화의 목표를 즉각 변경하고, 다른 국가들과 공조할 것을 요구했다.

'아동권리조약'을 채택한 국가 중 이들 5개국을 지목한 이유에 대해선 유엔의 사법권을 수용한 44개국 중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이 명단에서 빠졌다고 CNN방송은 지적했다.

툰베리는 기자회견서 "지긋지긋하다는 것이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날 함께한 알래스카 유픽족 일원인 칼 스미스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자급용 사냥과 낚시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기후 변화로 작은 마을과 도시에 어떻게 됐는지 그들(각국 지도자들)이 가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