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길잃은 독재자의 영혼

스페인
가족의 이장 반대 소송 최종 기각
전몰자의 계곡 특별묘역에서 퇴출

스페인 대법원이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사진)의 유해를 국립 묘역에서 파내 다른 곳으로 이장하도록 하는 결정을 내렸다. 프랑코는 1936년 총선으로 스페인에 인민전선 정부가 들어서자 쿠데타를 일으켰다. 3년간 이어진 내전에서 승리한 뒤 독재를 하며 1975년 사망 직전까지 스페인을 철권통치했다. 그의 유해는 수도 마드리드 인근 '전몰자의 계곡'특별 묘역에 묻혀 있었는데, 더는 그곳에 머물 수 없게 됐다.

스페인 대법원은 24일 프랑코 후손들이 정부의 유해 이전 추진에 반대하며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고 BBC 등이 전했다. 이에 따라 프랑코의 유해는 파내져 다른 곳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중도좌파 사회노동당 정부는 지난해 6월 집권한 이후 프랑코 묘역 이전을 추진해왔다. 사회노동당은 2017년에도 프랑코 유해 이장 법안을 하원에서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지만, 당시 집권 우파 국민당이 구속력이 없는 해당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6월 프랑코의 유해를 전몰자의 계곡에서 파내 그의 아내가 묻혀 있는 묘지로 이장하려 했지만, 대법원이 프랑코의 후손들이 낸 집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중단됐다. 프랑코의 유해는 거대한 바실리카 양식의 화강암 구조물로 된 특별묘역에 묻혀 있는데, 내전 당시 서로 반대편에 섰다가 숨진 병사와 시민 3만 명가량이 잠들어 있다.

산체스 총리도는 "오늘은 스페인의 민주주의에 큰 승리의 날이다. 프랑코 독재에 희생된 분들의 고통을 보듬으려는 결의가 우리 정부의 행동을 이끌어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