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와 영정 곁 지켜…친지·신도들과 조용히 장례미사
손주 오자 무릎 품에 안고 대화하기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모친 강한옥 여사를 여읜 이틀째인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내내 빈소가 마련된 부산 수영구 남천성당을 지켰다.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전날 밤 다른 곳에 머물다가 이날 새벽 5시 40분께 남천성당에 도착해 새벽미사와 연도기도에 참석했다.

차분하게 가족장으로 상을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검은 상복을 입은 문 대통령은 무거운 표정으로 어머니의 영정 곁을 떠나지 않았다.

패딩 점퍼로 무릎을 덮고 상주 자리에 앉은 문 대통령은 말없이 한동안 영정을 응시하는가 하면 기도를 하는 듯 눈을 감은 채 두 손을 모으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손주가 다가오자 잠시 밝은 표정으로 손주를 안고 대화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친지와 신도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장례미사를 드리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와 정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조문 발길이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와 7대 종단 관계자 등 일부 조문객의 조문은 거절하지 못했다.

부산성베네딕도 수녀원 수녀님들이 고인의 영정에 헌화했고, 부산 민주화 운동의 대부이자 문 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도 빈소를 찾았다.

오전 10시 15분에는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오후 1시 25분에는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빈소를 찾았다. 문 대통령은 김 여사와 함께 조문객을 맞이했다.

손 대표는 조문 후 기자들을 만나 문 대통령이 한국전쟁 당시 고인이 피란민으로 어렵게 자식들을 키우던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아버님은 북한에서 농업 교사도 하고 계장(공무원)도 하셨는데 남한에서는 공무원을 하지 않고 장사를 했다"며 "어머님은 산동네에서 연탄 배달을 하는 등 어려운 생활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어머님이 고향 땅을 밟게 해드리지 못해 송구스럽다"는 말을 했다고 손 대표는 전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이 참모들을 대표해 오후 늦게 빈소를 방문해 조문할 예정이다.

고인의 발인은 31일로 예정돼 있다. 장례미사 이후 부산 영락공원에서 고인의 시신을 화장한 뒤 경남 양산 하늘공원에 안장할 것으로 전해졌다.

kj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