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찰, 장기 실종아동들 찾기 위해 美 입양인 단체와 연계 유전 정보 공유

[뉴스포커스]

지난 20년간해외 입양아 1만3천589명
상당수 실종 아동 가능성 높다고 판단

전국 순회하며 DNA 조사 작업도 병행
"많은 입양인, 가족상봉 할 수 있을 것"

"그때 내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어야 하는데…."

한국에 사는 전모(75·여) 씨는 45년 전 네 살배기 아들 정훈이를 잃어버린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눈앞이 깜깜해진다. 집안일을 하다가 정훈이가 집 앞으로 놀러나가기에 그러려니 했던 게 생이별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경찰청은 외국에 사는 한국 출신 입양인 중 일부가 정훈이와 같은 장기 실종자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입양인 단체와 협력해 유전자 검사로 신원을 대조하는 사업을 시작했다고 3일 밝혔다.

최숙희 경찰청 아동계장은 "해외 입양인들은 자신이 한국인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종 아동 출신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1970년부터 1990년까지 20년간 해외로 입양된 한국 출신 어린이는 1만3천589명에 이르는데, 이 중 상당수가 실종 아동이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은 특히 한국 출신 입양인들이 만든 비영리단체 '미국 한인혼혈·입양인연합'(325 KAMRA)와 협력해 이 사업을 추진중이다.

이 단체는 경찰청의 주선으로 국내 장기실종 아동 가족의 유전자를 채취해 미국업체에 유전자 검사를 맡긴 후, 이를 외국 거주 한국 출신 입양인들의 자료와 대조하는 작업을 의뢰할 예정이다.

친족으로 판단되는 사례가 나오면 경찰청과 이 단체가 가족 상봉을 지원할 계획이다. 장기 실종 아동의 가족은 이달 4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용두치안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를 방문하면 아이 찾기를 시도하기 위한 유전자 검사를 받아볼 수 있다.

실종 1년 이상 가족이 대상이며 서울 동대문구 용두치안센터 2층 '실종자 가족 지원센터'에서 등록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은 실종자 가족이 희망하는 경우 지방경찰청별로 순회를 하면서 전국 단위에서 유전정보를 등록하겠다는 방침이다.

최 계장은 "이번 사업으로 많은 입양인이 한국에 있는 가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유전자 채취·등록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거의 모든 국민이 소유하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폐쇄회로(CC)TV가 설치된 오늘날에도 미해결 실종 사건이 매년 수십건씩 쌓이고 있다. 지난해 접수된 만 18세 미만 어린이·청소년 실종 신고는 2만1천980건에 이르며, 이 중 35건은 미해결 상태다.

경찰은 2004년부터 실종자 찾기에 유전자 검사 대조를 활용해 왔으며, 이를 통해 실종자 590명이 가족을 되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