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성 장군 3명 포함 美측 대표단 17명 방한 "지소미아 종료 번복하라" 전면 공세

집중분석

한일 현안, 한미 회의서 논의 자체가 이례적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23일 0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한국의 종료 결정 번복을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13일에는 현직 한미연합사령관이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지소미아 종료를 우려하며 한국 정부를 에둘러 압박한 발언도 공개됐다. 지난주 미국 국무부 수뇌부 4인방이 방한해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가한 데 이어 미국 국방당국 수뇌부들도 잇달아 한국을 찾아 한목소리로 협정 연장을 종용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한·미 합참의장은 14일 군사위원회(MCM) 회의에서 머리를 맞댔다. 말이 회의이지 지소미아의 운명을 놓고 미군 최고 수뇌부가 한국을 압박하는 자리였다.

합참은 이날 제44차 MCM 회의가 끝난 후 공동보도문을 통해 "양국 합참의장은 최근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 안보 상황 평가를 보고받았다"며 "지역 안보와 평화에 기여하기 위한 다국적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다국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소미아는 MCM의 공식 의제는 아니었다는 합참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지소미아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제5회 한미동맹 만찬"에 참석하며 '오늘 (MCM에서) 지소미아 관련 논의를 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금 (논의) 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군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MCM 회의에선 밀리 의장을 비롯해 필립 데이비슨 인도태평양사령관,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등 4성 장군 3명 모두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일제히 밝혔다. 군 소식통은 "지소미아는 형식상 한·일 간 현안인데 이를 한·미 간 회의인 MCM에서 논의하는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백악관이 지소미아 종료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군 당국자들에게까지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라고 지침을 내린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특히 MCM을 포함한 한·미 접촉에선 4성 장군 3명을 포함해 인도태평양 전략부장, 주한미군 기참부장 등 미측 대표단 17명이 본국의 기류를 이구동성으로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이에앞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12일 경기 평택시 험프리스 주한미군 기지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의 근본 원칙은 한국과 일본이 어쩌면 역사적 차이를 뒤로하고 지역 안정과 안보를 최우선에 뒀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지역에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안정적이고 안전한 동북아시아를 만드는 데 있어서 우리는 함께하면 더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 뒤 "지소미아가 없으면 우리가 그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나 어떻게" 고민 깊은 文대통령
23일 종료 시선집중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8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고심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본이 태도변화 및 한일관계 정상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남은 기간 한일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잇따라 지소미아 연장 의견을 내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등 상황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어, 문 대통령이 지소미아가 효력을 잃는 23일 0시까지 어떤 해답을 내놓을지에 한층 관심이 쏠린다.
일부에서는 해법을 찾을 때까지 결정을 유예하는 '지소미아 연기론'도 거론됐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부정적이다. 일본의 태도 변화 조짐이 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결정을 유예한다는 것은 사실상 지소미아를 연장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라는 판단이다. 종료시한 전에 한일정상회담 일정이 잡히는 등 극적인 변화가 있으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도 있긴 하지만, 이 역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 청와대 내부의 판단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3국은 막판까지 치열한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