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가장 화려한 '빅토리아 시크릿' 패션쇼 공식 중단, 23년만에 막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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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흐름에 역행, 소비자들도 외면
작년 TV 시청 330만명 사상 최저 기록

모델들이 섹시한 속옷을 입고 천사 날개를 단 채 화려하게 워킹하는 것으로 유명한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패션쇼가 결국 23년 만에 막을 내린다. 지난 5월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L 브랜드'의 레슬리 웩스너 최고경영자(CEO)가 사원들에게 이런 계획을 말한 것이 보도됐었지만, 회사 측이 공식적으로 패션쇼 중단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21일 보도에 따르면 L브랜드는 지난 22일 "빅토리아 시크릿의 패션쇼가 올해부터 중단된다"며 "이런 형식의 패션쇼는 다시 하지 않을 것이고, 소비자와의 소통은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럭셔리 란제리 브랜드인 빅토리아 시크릿은 매년 수 천 달러를 들여 호화로운 패션쇼를 열어왔다. 이 패션쇼는 패션 관계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생중계되어 왔으며, 지난 23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눈길이 쏠리는 패션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그 영광의 빛은 차츰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다양한 인종과 제3의 성(性), 다양한 신체 사이즈가 공존하는 사회적 흐름에서 꾸준히 벗어나 있었다.

깡마른 몸매가 가장 아름다운 몸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큰 몫을 한 빅토리아 시크릿은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퍼뜨린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인 L브랜드(L Brand)의 마케팅 최고경영자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빅토리아 시크릿의 속옷 패션쇼에 '성전환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플러스사이즈 모델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보여주는 '판타지'의 본보기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패션쇼를 중단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ABC방송을 통해 방송한 패션쇼를 지켜본 미국 시청자 수는 330만명으로 패션쇼가 첫 전파를 탔던 1995년(1200만명)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패션쇼 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시청률이기도 했다. 또 올해 들어서만 미국에서 53개 이상의 매장 문을 닫는 등 실적도 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지난 8월, 빅토리아 시크릿은 자사 역사상 최초로 트랜스젠더 모델을 발탁하는 등 변화를 꾀했지만, 지속적인 매출 하락과 소비자의 외면은 피할 수 없었다. L브랜드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5% 감소한 26억 8000달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