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역사상 클린턴 등 대통령 3명 탄핵 모면 불구 집권당은 다음 대선서 패배
[뉴스진단]

트럼프는 되레 지지층 결집 기회 노려
스캔들 새 증거 나오면 재선가도 부담

'우크라이나 스캔들'관련 탄핵소추안이 하원에서 가결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적지 않은 정치적 내상을 입게 됐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대선 경쟁자인 민주당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견제하고자 우크라이나 정부에 그를 수사하라고 압박한 사건을 말한다. 미 역사상 대통령이 탄핵 이슈에 휘말린 여당은 예외 없이 그다음 대선에서 패배했다. 대통령 자신은 탄핵을 피했지만 집권당은 메가톤급 후폭풍을 감내해야 했다.

내년 미 정치권은 상반기 상원 탄핵심판과 하반기 대선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움직이게 됐다. 이들 '빅이벤트'를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탄핵 정국은 다분히 내년 대선을 앞둔 전초전 성격이 짙다. 최근 탄핵 관련 여론조사의 찬반이 대체로 팽팽하게 나오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두고 공화·민주 진영이 얼마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지 방증한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탄핵 위기에 처한 대통령들의 지지도가 요동쳤던 전례들과 달리 이번 탄핵 국면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없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태 초기 자신의 무고함을 주로 주장해 온 것에서 벗어나 갈수록 대선 관련 발언을 빈번하게 쏟아내고 있다.

이번 탄핵안 통과를 지지층 결집을 위한 '반격의 카드'로 쓰겠다는 계산으로 분석된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사실 그들은 내가 아니라 당신을 쫓고 있다. 난 단지 그 길 위에 있을 뿐"이라며 집게손가락으로 상대를 가리키는 사진을 올렸다. 이번 탄핵 시도에 대한 공화당 지지자의 공분을 불러 일으키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번 탄핵소추안 투표를 앞두고 지지자들에게 정치자금 기부를 당부하는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고도 보도했다.

민주당은 탄핵 이슈를 중심으로 대여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탄핵을 추진한 것은 다분히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행보다.

얼마 전까지도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거 투표를 포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에 민주당이 탄핵 이슈로 대선 판도를 흔들 기회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BBC방송은 "만약 민주당이 이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핵심 지지자들의 분노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지지자들이 (다음 선거에서) 투표장에 나올 만한 충분한 동기도 느끼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탄핵 이슈는 대선 과정 내내 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이전까지 탄핵소추안이 제기된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과 42대 빌 클린턴 대통령은 상원 부결로 위기를 모면했다. 37대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자진 사퇴로 탄핵을 피했다. 하지만 당시 여당은 다음 대선에서 모두 패배했다.

'똘똘'뭉친 공화당 이탈표 '0'
민주당, 두 혐의서 이탈 2표·3표…"소신파의 반란"

민주·공화 양당은 철저히 당의 입장에 따라 표 대결을 벌였다. 공화당은 한 명의 이탈자 없이 '탄핵 반대'로 똘똘 뭉쳤다. 반면 민주당은 대부분 '탄핵 찬성'에 표를 던졌지만, 탄핵 혐의별로 2표·3표 등 소수의 이탈표가 나왔다. 기권 1표도 있었다. 또 무소속 1명은 민주당 탄핵안을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혐의 중 권력 남용에 대해 찬성 230표, 반대 197표가 나왔다. 민주당에서는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해당 의원은 뉴저지의 제프 반 드루 의원과 미네소타의 콜린 피터스 의원이다. 이들은 표결 전에 이미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드루 의원은 민주당 소속이지만 공화당으로 당적을 바꾸겠다고 밝힌 상태다. 피터스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지역구 소속이다.

의회 방해 혐의의 경우 민주당에서 3명이 반대편에 섰다. 권력 남용에 반대표를 던진 두 의원에 제러드 골든(메인) 의원이 가세했다.

결국 이들 3명은 공언해온 대로 당의 입장과 달리 '소신' 투표라는 '반란'을 실행에 옮겼다. AP는 민주당에서 소수의 이탈자가 나왔지만, 투표 결과는 각 정당의 방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평가했다.

미국 증시…'탄핵? 그게 뭔데"
통과 불구 3대 주가 사상 최고, "무역협상 더 관심"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가 19일 일제히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방하원이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지만, 금융시장은 아무런 동요없이 기존의 랠리를 이어갔다.

뉴욕증시 흐름을 가장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14.23포인트(0.45%) 상승한 3,205.37에 거래를 마쳤다. 처음으로 3,200선을 웃돌면서 지난 17일의 최고치 기록을 이틀 만에 갈아치웠다.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하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선 부결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친기업 기조에 우호적인 월스트리트 금융권으로서는 하원의 탄핵안 가결에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반응은 1990년대 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과도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클린턴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서 뉴욕증시는 1개월간 18.9%, 3개월 간 41.6%, 1년 간 39.2% 각각 상승했다. 이번에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공식화한 이후로 S&P500지수는 7% 가까이 상승했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초점은 미·중 1단계 무역협상에 맞춰져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