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피가로 "경제기적 가능케한 빨리빨리 문화로 전례 없는 대규모 검사"

르 몽드, 하루 만명 이상 검사로 사망률 낮춘 대처 주목…초기 '미온대처' 지적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의 유력신문들과 정부 당국자가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낮은 사망률에 주목해 한국의 신속한 대규모 검사 능력을 잇달아 호평했다.

프랑스의 대표 뉴스통신사인 AFP는 11일(현지시간) 기사에서 한국이 한때 코로나19 사례가 폭증해 확진자 수가 중국 다음으로 많았지만 이후 감염률을 크게 낮추고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사율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은 "한국은 하루에 검사를 1만5천건 이상 시행할 수 있으며, 이날 기준 약 22만 건의 검사를 시행했다"며 "지정된 검사 시설이 500곳이 넘고 이 중에는 환자와 의료진 간 접촉을 최소화하는 드라이브스루 시설도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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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MERS) 사태 당시 진단 키트 부족 사태를 경험해 장비승인 절차의 속도를 높인 체계를 개발한 점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통신은 분석했다.

프랑스의 양대 일간지인 르 몽드와 르 피가로도 비슷한 분석을 잇달아 내놓은 바 있다.

르 몽드는 지난 7일 '대규모 검사 시스템 갖춘 한국'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에서 "2015년 39명의 사망자를 낸 메르스 위기를 겪은 후 한국은 큰 교훈을 얻었다"면서 "이번에는 한국이 하루 만 명 가까이 검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 신문은 "한국은 감염자들이 신속히 확인되면서 다른 곳보다 훨씬 낮은 사망률(0.6%)을 기록하고 있는데, 한국에서의 코로나19 치사율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평균 치사율 3.4%보다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일간 르 피가로도 지난 6일 '한국, 몇주 만에 14만6천명 검사'라는 서울특파원발 기사에서 "한국은 경제기적을 가능케 한 '빨리빨리' 문화에 따라 전례 없는 대규모 검사체계로 전염병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감염자가 많이 확인된 것이 "신속하게 대규모로 바이러스 검사를 한 것에 일부 원인이 있다고 설명할 수 있다. 한국의 검사량은 중국 우한을 제외하고 전 세계에서 비교할 곳이 없다"고 전했다.

신문은 경기도 고양의 한 '드라이브 스루' 검진소를 소개하고 "매우 혁신적 방식으로 병원 감염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많은 검사를 가능케 한다. 한국이 바이러스 확산에 맞서 전례 없이 모든 자산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정부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의 신속한 검사 능력에 대한 호평이 나왔다고 한다.

한 외교소식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불 당국자 간 협의 과정서 의사 출신 고위급 외교관인 프랑스 외무부 위기관리센터장이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 통계에 대한 깊은 신뢰감을 드러내며 한국의 신속한 검사능력을 높이 평가한 일이 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코로나19 확진자(누적)는 11일 오전 현재 총 1천784명, 사망자는 33명으로, 한국에 비하면 일일 검사량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남부지역과 국경을 접한 이웃 나라 이탈리아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에 대한 우려와 경각심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파리 시내의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서는 "우리는 이 유행병의 시작단계에 있을 뿐"이라면서 국민들이 패닉에 빠지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한국의 대처 방식에 대해 호평만 있는 것은 아니다.

르 몽드는 같은 기사에서 "한국 정부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대처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위기 초기에 미온적 대처를 해 심각한 상황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누그러트리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신문은 "2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 대표들과 만남에서 머지않아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면서 경제부양이 급선무라고 했지만, 그다음 날 감염자 수가 급증하면서 총선이 가까운 상황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성급한 것이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yonglae@yna.co.kr